시총 3300억 락앤락의 830억 '폭탄 배당'…내막은?

시가총액 3300억원 규모의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이 분기 배당금 830억원을 뿌리기로 했다. 2017년 락앤락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인수 금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폭탄 배당'을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락앤락은 보통주 기준으로 주당 1653원을 배당하기로 했다고 11일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829억8133만원이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약 325억원)의 약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시가배당률은 23.05%이다.락앤락 관계자는 "부정적인 영업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거두며 안정적으로 성장한 락앤락의 성과를 투자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배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한 '폭탄 배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피니티는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 스트랭스를 통해 2017년 경영권을 포함한 락앤락 지분 63.6%를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당시 거래되던 주가 1만2000원대에 경영권 프리미엄 50%를 적용한 가격이다. 인수 당시 어피니티는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인수금융 대주단에서 3235억원을 조달했다. 이자율은 연 4.2~4.3%다. 오는 12월 인수금융 만기가 다가오면서 어피니티는 대주단과 대출 만기 연장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2일 오전 락앤락 주가는 6560원으로 인수 당시 주가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2017년 51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25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2분기엔 2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주력 제품인 식품보관 용기 시장에 이케아나 이마트, 한샘 등이 참전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인수한 지 5년여가 흘렀지만 어피니티의 '엑시트(지금 회수)'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대금 원금만 6293억원을 들인 어피니티가 그동안 들인 투자 이자 비용 회수를 위해 '폭탄 배당'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어피니티는 이번 배당을 통해 약 570억원의 현금을 챙기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락앤락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해외 법인을 정리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려 배당을 할 수 있었다"며 "락앤락 주가가 크게 하락해 엑시트가 어려워진 어피니티가 폭탄 배당을 통해 인수 이자비용 등을 충당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