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은 한물 갔죠"…수천만원대 보석에 7시간씩 줄선다

수천만원대 보석에 7시간씩 줄선다
"명품가방 이제 흔해…보석에 눈 돌려"

13일 인상 예고한 반클리프 매장엔
"수백~수천만원이라도…값 뛰기 전에 사자" 특수
반클리프 아펠 매장 전경. /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캡처
"요즘 명품시장에서 샤넬백, 루이비통백은 한물 갔죠. 살 사람 다 샀잖아요. 명품족들은 반클리프, 불가리 등 명품 주얼리 시장으로 많이 넘어갔어요.“

12일 서울 강남 지역 한 반클리프 아펠 매장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소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번주 들어 이 브랜드의 매장에 입장하려면 평일 오전 기준 6~7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오는 13일 인상이 예정돼 있어서다. 오랜 시간 기다려 매장에 입장해도 구매를 장담하긴 어렵다. 매장에 먼저 들어선 이들이 재고가 있는 물건을 다 쓸어가는 통에 제품을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게 명품족들의 설명이다.

영부인 보석 '반클리프' 매장선…대기만 7시간

국내 명품 쇼핑 열기가 '샤넬백 광풍'에서 주얼리(보석)로 옮겨가고 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가방이 대중에게 많이 팔린 탓에 시장에 물건이 너무 흔해졌다”며 “명품 소비층 구매가 주얼리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상을 앞두고 있다 해도 명품 주얼리 브랜드 매장에서 4~5시간 이상 입장 대기가 생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명품 가방보다도 가격 수준이 수~수십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보석 브랜드 중에서도 수천만~수억원대에 달하는 고가의 하이엔드 주얼리로 유명하다. 1956년 모나코 대공 레니에 3세가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을 기념해 보석을 의뢰한 곳으로 주목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시장에선 김건희 여사가 주로 착용하는 보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동행 당시 6000만원에 달하는 반클리프 아펠 '스노우플레이크 컬렉션' 목걸이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앞서 올해 취임식과 지방 선거 사전 투표날, 현충일 행사 등에서도 이 브랜드의 '스위트 알함브라' 라인 팔찌를 착용하기도 했다.이번 가격 인상폭은 평균 8% 정도다. 한 명품 리셀업자는 “요즘 강남 사모님들은 샤넬, 루이비통 등 흔한 명품 가방류보다는 값이 비싸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얼리와 시계로 관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고 했다. 이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드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무려 8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2020년) 대비 20% 늘어난 741억원이었다.

명품 주얼리, 가방보다 성장 속도 빠르다

국내 주요 백화점에선 이미 명품 소비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2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명품 주얼리 및 시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30%, 신세계백화점 33.9%, 현대백화점 35.8% 등 빅3 백화점 모두 명품 주얼리 및 시계 매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웨딩페어 등을 진행해 지난 7월에만 40%에 육박하는 명품 주얼리 및 시계 매출 신장세를 달성했다.
반클리프 아펠 팔찌 제품. /한경DB
명품 주얼리 구매 열풍은 VIP 고객 중심으로 더욱 거셌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7월 VIP 고객(연 2000만원 이상 구매)의 전체 매출에서 명품 주얼리·시계 매출 비중은 22%로 전체 고객의 명품 주얼리·시계 매출 비중(16%)보다 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한 VVIP 고객일수록 이같은 추세가 두드러졌다. VVIP 고객의 명품 주얼리·시계 매출은 전년 대비 69% 이상 고신장했다. 올 하반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상, 각종 투자자산 하락 등으로 명품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시각과는 상반된 분위기다.그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미뤄졌던 결혼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예물이나 증여 목적 등을 위해 시계나 보석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가격 올려도…"재고 풀렸으니 구매"

명품 주얼리 선호가 커지자 브랜드들은 속속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값이 뛰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인상 계획 있는 브랜드뿐 아니라 최근 값을 올렸던 브랜드 역시 '조만간 또 오를지 모른다'는 염려로 덩달아 판매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날 강남 지역 백화점에선 까르띠에 매장을 찾은 고객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했다. 매장 관계자는 "매장에 왔다가 원하는 제품이 없어 일단 결제부터 하면 안 되냐고 요구하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며 “물량은 적고 수요는 많아 '완불 웨이팅'은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이탈리아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디바스 드림'을 관람하는 고객. /연합뉴스
이미 상반기에 값을 올렸지만 구매 수요가 꺾이지 않은 셈.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 다미아니 등도 지난달 가격 인상을 했지만 여전히 대기를 해야 매장에 입장할 수 있다. 명품 마니아라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36)는 “이미 인상을 한 브랜드는 구매 수요가 줄어 재고가 풀릴 수 있다며 안도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에서 상품을 못구하자 고환율로 물량이 남아돈다는 미국에서 제품을 사온 사람도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