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 개막

백남준아트센터, 신소장품 '걸리버' 등 내년 3월까지 전시

세계적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대표적 미디어 설치 작품들을 선보이는 특별전이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13일부터 내년 3월 26일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을 개최한다.

센터 1층에 마련된 특별전 전시공간 입구에는 백남준이 2001년 제작한 작품 '걸리버'가 설치돼있다.

센터 측이 올해부터 새롭게 소장하는 이 작품은 오래된 텔레비전과 라디오 케이스 등이 연결돼 길이 4m가 넘는 대형 로봇 형태를 이루고 있다. 로봇의 몸통 주변에는 각종 기계 부품, 나사, 전선 등으로 이뤄진 작은 로봇들도 눈에 들어온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에 쓴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무기력한 걸리버가 소인국 사람들에게 포위당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작품에 설치된 각각의 텔레비전은 사이보그가 첨단 미디어 환경 위로 성큼 걸어가는 장면과 전 세계 곳곳의 풍경, 컴퓨터 그래픽 등을 보여준다.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거인국 간 묘사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사회를 비판한 풍자 소설로도 풀이된다.

백남준은 작품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비디오가 서로의 차이를 극복할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시 공간 뒤편으로 이동하면 '해커 뉴비', '꽃가마와 모터사이클', '나의 파우스트: 자서전' 등 외부에서 대여한 작품들도 차례로 볼 수 있다. 해당 작품들이 각 소장처 내부 전시 외에 외부에 공개되는 건 이번 특별전이 처음이다.

특별전은 이처럼 새로운 전시품과 기존 전시품을 한데 모아 '인스턴트 글로벌 대학', '전자초고속도로', '연구소, 방송국, 미술관'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꾸며진다.

관람객들은 그의 글과 작품을 함께 살펴보며 사회 문제 해결을 꿈꿨던 예술가이자 미디어 컨설턴트로서의 백남준을 마주할 수 있다.
가수이자 작가인 장기하가 전시 해설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했다.

특별전 개막 첫날인 13일 오후 4시에는 센터 뒷동산에서 DJ Klof(윤지영), DJ Soulscape(박민준)이 진행하는 '글로벌 그루브 2022'도 열린다.

각 디제이가 백남준의 1973년작 '글로벌 그루브'에 사용된 플레이리스트를 믹스 버전으로 선보이며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전시 관계자는 "타 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인종 차별과 전쟁의 원인으로 봤던 백남준의 분석은 전쟁과 양극화, 팬데믹, 기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다"며 "차별을 타개하는 도구의 하나로 비디오 아트를 조명했던 그의 작품 세계가 이번 특별전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