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노후자금 살살 녹는다…실버 개미 '위험한 베팅'

"청년보다 고령층 빚투가 문제"
신용융자 감소세 속 60대 '나홀로 증가'

10대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 절반 50대 이상
고령층일수록 신용융자 규모 감소폭 작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증시 급락으로 청년층의 신용융자 규모가 급감한 것과 달리 60대 이상 투자자들의 '빚투' 규모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2년 10대 증권사 연령대별 신용융자잔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조2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3조7929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2020년 말(2조8742억원)과 비교하면 12.9% 늘었다.2020년 말 대비 올 상반기에 신용융자 규모가 늘어난 연령층은 60세 이상이 유일하다.
2020~2022년 주요 증권사 연령대별 신용융자잔고 현황 / 자료=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융감독원
10대 증권사의 전체 신용융자 잔고는 2020년 말 15조9949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5조1655억원으로 5.2% 감소했다. 이 기간 △20세 미만(-73.9%) △20~29세(-33.0%) △30~39세(-20.4%) △40~49세(-9.4%) △50~59세(-1.0%) 등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신용융자 규모가 감소했다. 다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신용융자 규모 감소 폭이 작았다.

절대적 규모면에서도 50대 이상 투자자의 신용융자 규모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 기준 50대 이상 투자자의 신용융자 규모는 8조2697억원으로 전체 신용융자의 54.5%를 차지했다.50세 이상 장년층과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 잔고 차이도 벌어졌다. 2020년 말 기준 30세 미만의 신용융자 잔고는 4803억원, 50세 이상은 7조9488억원으로 16.5배 차이가 났다. 반면 올 상반기에는 50세 이상 신용융자 잔고가 30세 미만(3210억원)의 25.8배에 달했다.

고령층이 ‘빚투’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노후자금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가 정한 담보비율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이뤄져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같은 빚투라 하더라도 20대 청년보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받는 충격이 더 크다”며 “고령층이 주식 투자에 신용융자를 활용하는 것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