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인권이사회 낙선에 "선택과 집중 못했다는 교훈 얻어"

"요구 수준 높아졌지만 '표 주고받기' 제약도…내년 국제기구 선거 고민"
외교부는 12일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에 처음으로 실패한 데 대해 "당선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이번에 얻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지지 교섭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분한 지지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금년 (국제기구) 선거에 과다한 입후보를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치러진 유엔 인권이사회 2023∼2025년 임기 이사국 선거에서 당선에 실패했다. 2020∼2022년 임기 수행 후 연임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그룹에서는 한국,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6개국이 4개 공석을 두고 경합을 벌였는데 한국은 5위에 해당하는 득표를 얻었다.

한국이 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도전한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2006년 인권이사회 설립 이후 처음이다. 올해 예년보다 확연히 많은 14개 국제기구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교섭력이 분산됐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번 낙선은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를 표방하며 국제무대에서 점점 더 보폭을 넓히려던 한국 정부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은 1991년 유엔 가입 후 불과 5년 만에 첫 안보리 이사국 임기를 수임하고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하는 등 "어느 회원국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국력에 맞게 커진 활동폭이 오히려 새로운 도전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내년 선거가 치러지는 2024∼2025년 임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도전할 예정인데 치밀한 선거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내년 국제기구 선거 관리 전략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치러질 국제기구 선거 전략은 올해 말 외교부가 개최하는 선거조정위원회에서 조율된다.

이 당국자는 "국제기구에서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지고 내외부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번 선거가 보여주듯이 선거는 경쟁이고 주고받는 표도 있어 제약요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잘 형량해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쉽지 않은 길"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