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企…'수출 멘토' 나선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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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영끌 프로젝트' 가동경남에 있는 중소 식품기업 K사는 올초 중국 바이어에게 홍삼제품 수출을 추진했지만 가격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때 KOTRA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전직 영업맨 출신인 KOTRA 수출전문위원은 중국에 홍삼 원액을 수출하자고 K사에 제안했다. 중국 바이어가 현지에서 포장하면 홍삼제품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K사는 중국으로의 첫 수출에 성공한 이후 베트남 바이어와도 홍삼 원액 수출 타결을 앞두고 있다.
'3高' 직격탄 맞은 中企 위해
타깃 설정·디지털 마케팅 등
수출 위한 맞춤 솔루션 제공
데이터 플랫폼서 바이어 발굴
해외무역관이 현지 수출 지원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17억9700만달러(통관 기준 잠정치)로, 전년 동기(147억8100만달러) 대비 20.2% 줄었다. 1~10일 수출액 기준으로 2년 전인 2020년 10월(-28.8%) 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더 큰 문제는 대기업과 함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중소기업 수와 비중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수출 중소기업 수는 7만3933개로, 전년 동기(7만5386개) 대비 1.9%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3%로, 2020년 대비 2.4%포인트 감소했다. 하반기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 악재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3고(高) 현상의 직격탄을 먼저 겪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대표 수출지원 전문기관인 KOTRA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부터 ‘수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프로젝트’에 본격 들어갔다. 특히 단기간 내 성과 창출이 가능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한 번 수출에 실패하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원샷원킬’ 수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KOTRA가 중소기업들에 제시하는 핵심 포인트는 △정확한 타깃 설정 △디지털 △해외무역관 활용이다. 김윤태 KOTRA 중소중견기업본부장은 “중소기업은 제품의 수요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목표 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에서 산업용 피팅 부품을 제조하는 H사는 최근 KOTRA 멜버른무역관의 지원을 받아 호주 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 호주는 당초 중국에서 피팅 부품을 대부분 수입했다. 하지만 H사는 양국 간 관계 악화로 제3국가에 대한 호주 바이어들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수출을 철저히 준비했다.김 본부장은 과거처럼 감이나 경험 위주의 무모한 수출 대신 데이터에 기반한 수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KOTRA의 디지털 무역플랫폼 ‘트라이빅’(TriBIG)’ 등을 이용하면 잠재 바이어 발굴이 더 쉽다는 설명이다. KOTRA도 수출 영끌 프로젝트를 통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15대 유망 국가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83개국 128곳에 있는 KOTRA 해외무역관은 중소기업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국내 기업이 진출한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에나 해외무역관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KOTRA 해외무역관은 수출기업의 주재원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을 대신해 직접 현지 투자자 및 바이어와 만나고 있다.
유정열 KOTRA 사장은 “중견·중소기업들에 KOTRA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언제든지 KOTRA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