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뇌가 있는 풍경] 단맛이 자꾸 당기는 과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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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란 필자의 어린 시절, 바람이 퍽 서늘히 불어오는 가을이면 마음도 덩달아 일렁였다. 음력 10월 3일에 모시는 시제사(時祭祀) 때문이다. 청명한 가을날 마을 앞, 뒷산에 모신 조상님들의 묘소 수십 기를 찾아가며 올리는 시제사는 집성촌인 우리 동네의 축제였다. 한 해 힘들여 지은 농사의 결실인 오곡으로 만든 여러 가지 떡, 각종 과일을 비롯해 육류, 생선, 채소 등으로 만든 전, 소고기 산적, 산자, 옥춘 등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맛있는 음식으로 제사상이 준비된다. 이 행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우리는 학교가 파하자마자 달음박질해 동네로 돌아왔다. 산 위에 흰 두루마기를 입은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띄면 뜀박질은 더욱 빨라졌다. 고백하건대, 우리의 관심은 사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 높은 것은 단연 ‘옥춘(玉春)’이었다. 사탕이 귀한 시절, 쌀가루에 엿을 섞어 동글납작하게 만든 하얀색 사탕에 빨강, 초록, 노랑으로 알록달록 색동을 입힌 옥춘은 보기만 해도 유혹적이었다. 한 조각 먹고 나면 입 주변이 발갛게 물들었다.
과다한 당 섭취에 따른 건강 문제의 대책으로 생긴 것이 사카린,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다. 단맛은 내지만 칼로리가 없다. 이에 대한 기호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됐다. 맹물보다 인공감미료 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인공감미료 물과 설탕물 중에서는 설탕물을 선호했다. 유혹의 근원이 단맛 자체만은 아니라는 말인가? 이것이 사실임이 쥐 실험에서 밝혀졌다. 단맛은 물에 녹아있는 당 분자가 혀의 미각 세포에 있는 단맛 수용체에 결합해 일으킨 반응 신호가 미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 느끼게 된다. 단맛 수용체를 통해 단맛을 유도하는 물질에는 여러 당류만 아니라 아미노산, 식물유래 단백질, 합성 유기물 등이 있다. 그렇다면 단맛 수용체를 제거하면 단것에 대한 선호가 사라질까? 예상과 다르게 단맛 수용체 유전자를 제거한 쥐는 여전히 맹물보다 설탕물을 선호했고, 인공감미료 물보다 설탕물을 선호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선호를 할까? 물을 마시는 순간보다는 마시고 난 뒤에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선호 행동이 생성되는 것이 아닐까?
신희섭 IBS 명예연구위원·㈜에스엘바이젠 이사
수렵채집 시대부터 단 것 찾아
단것에 대한 기호는 본능이다. 태아도 양수의 단맛을 느끼고 신생아도 단맛을 선호한다고 한다. 단맛을 내는 당은 신속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적격이다. 에너지 공급이 늘 모자라던 수렵채집 시대 인류에게 먹거리 중에서 단것을 구분하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단맛 선호가 현대에 와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 1800년도에 5㎏이던 1인당 연간 설탕 소모량이 2006년도에는 70㎏으로 늘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신속한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당의 중요성이 줄고, 오히려 당이 제공하는 과다한 칼로리가 만병의 근원, 비만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단맛 선호는 동물에서도 관찰된다. 쥐 실험에서 설탕물과 맹물을 상자 양쪽에서 각각 공급하면 오로지 설탕물만 마신다. 이때 ‘행복 호르몬’ 도파민이 가득 흐른다.과다한 당 섭취에 따른 건강 문제의 대책으로 생긴 것이 사카린,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다. 단맛은 내지만 칼로리가 없다. 이에 대한 기호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다. 그런데 동물실험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됐다. 맹물보다 인공감미료 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인공감미료 물과 설탕물 중에서는 설탕물을 선호했다. 유혹의 근원이 단맛 자체만은 아니라는 말인가? 이것이 사실임이 쥐 실험에서 밝혀졌다. 단맛은 물에 녹아있는 당 분자가 혀의 미각 세포에 있는 단맛 수용체에 결합해 일으킨 반응 신호가 미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 느끼게 된다. 단맛 수용체를 통해 단맛을 유도하는 물질에는 여러 당류만 아니라 아미노산, 식물유래 단백질, 합성 유기물 등이 있다. 그렇다면 단맛 수용체를 제거하면 단것에 대한 선호가 사라질까? 예상과 다르게 단맛 수용체 유전자를 제거한 쥐는 여전히 맹물보다 설탕물을 선호했고, 인공감미료 물보다 설탕물을 선호했다. 맛을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선호를 할까? 물을 마시는 순간보다는 마시고 난 뒤에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선호 행동이 생성되는 것이 아닐까?
소화관에서도 당 성분 감지
실제로 당 선호 행동의 형성이 혀의 단맛 수용체와는 무관하게 소화관 내에서 별도의 수용체가 당을 감지하는 과정에 의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인공감미료는 이 수용체에 붙지 않는다. 쥐에게 설탕물을 먹인 뒤에 뇌 조직을 검사해보면, 뇌간에 있는 고립핵이 활성화된다. 설탕물을 위 내에 직접 투여해도 이 핵은 활성화된다. 인공감미료 투여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장에서 당을 감지하면 그 정보가 미주신경을 통해 뇌간의 고립핵에 도달한다. 소화관 내의 이 수용체를 차단하거나, 미주신경이나 고립핵의 활동을 억제하면 당 선호 행동이 형성되지 않는다. 고립핵에는 내부 감각수용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모여 있다. 위, 장뿐 아니라 간, 심장, 폐, 기관지, 구강, 비강, 인후 등에서 물리화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수용체로부터 들어오는 내부 감각정보가 이곳에 모여 처리된 뒤 적절한 뇌 부위로 전송되면 우리 몸은 최적의 반응을 하도록 조정된다. 호흡, 심장 박동, 내장 운동 등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변화하는 것이다. 초콜릿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신희섭 IBS 명예연구위원·㈜에스엘바이젠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