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직장인 "해외근무 싫어"…기업 주재원 선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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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등 기피지역 신청 '0'국내 종합상사업체인 A사는 최근 입사 10~15년차 과장·차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중동 주재원 공모를 냈다. 중동 국가가 상대적으로 기피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체류비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인사팀 관계자는 “자녀 교육 및 비싼 물가, 치안 등을 이유로 해외 근무를 꺼리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치안·교육 환경 열악해 꺼려
발령 내자마자 퇴사하기도
일부 상사 "연봉 2배" 검토
선진국 인기도 예전만 못해
동양인 폭행 등 인종차별 우려
맞벌이 부부들, 해외근무 부담
美·유럽 등은 교포 채용 늘어
12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해외 주재원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장 생활의 꽃이자 승진의 지름길로 불렸던 해외 주재원 위상이 추락하면서 지원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980년 이후 국내 기업들이 올 2분기까지 해외에 설립한 법인·지사는 8만6773곳에 달한다. 매년 2018개의 신규 법인이 설립되는 등 주재원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해외 주재원 수는 60만 명으로 추산된다.국내 기업들은 1980년대부터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에 속속 진출했다. 당시 해외 주재원은 경력과 고과를 갖춘 엘리트 직원들을 위한 자리였다. 가족과 함께 해외 주재 경험을 하면서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대기업들은 자녀 교육비 및 수당 등 경제적인 혜택도 대거 제공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상사맨’이 인문계 대학생들의 1순위 선망 직업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 기업들이 신흥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본격 진출하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주재원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일찍부터 해외 네트워크가 구축된 미국과 유럽 등은 주재원 파견 대신 현지 교포 인력을 채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문제는 신흥 국가라도 현지 체류비가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한 중견기업 베트남 주재원으로 근무한 B씨는 “자녀들을 현지 학교가 아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국제학교로 보낼 수밖에 없다”며 “국제학교 학비는 선진국 못지않게 비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유럽에서 인종차별뿐 아니라 동양인 폭행 사건까지 속출하면서 선진국에 대한 주재원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맞벌이 부부와 만혼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해외에선 3년가량 근무하는데, 배우자 한 명이 주재원으로 발령 나면 다른 배우자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피 지역으로 배치될 경우 퇴사까지 불사하는 젊은 직원도 적지 않다.
자녀가 대학 입시 때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만혼이 증가하면서 퇴색되고 있다. 지금도 대다수 대학은 ‘고교 1년 포함 중·고교 과정 3년 이상 거주’를 특별전형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문제는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주재원 대상자가 많은 차장급 직원 자녀의 대부분이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일부 종합상사는 주재원 확보를 위해 기피 지역의 경우 연봉을 두 배 이상 인상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크게 늘어난 체재비 등을 감안한 조치다. 83개국 128곳에 해외무역관을 두고 있는 KOTRA는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에게 해외 근무의 장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직원들에게 해외 근무를 독려할 수 있는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