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명 말 한마디에…헛바퀴 도는 '망 사용료법'

입법에 한목소리 내던 여야
이젠 법안 발의 의원까지 '눈치'

맹진규 정치부 기자
“망 사용료 부과는 콘텐츠 창작자와 일반 국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사용료법에 대해 이 같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도 거들었다. 윤두현 의원은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해외에서 사업할 때 똑같이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며 망 사용료법에 반대 의견을 냈다.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망 사용료법’ 처리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7개의 망 사용료법이 발의돼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 중점과제 중 하나로 점찍은 상황이다.

이랬던 기류가 뒤바뀐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망 사용료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망 사용료법이 쟁점이라지만 대부분의 의원은 내용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라며 “이 대표가 해당 발언을 내놓자 과방위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이 (신중론으로) 교통정리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상황도 비슷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망 사용료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뚜렷한 당론도 정해지지 않자 개별 의원들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국민의힘 소속의 박성중, 김영식 의원은 망 사용료법을 발의했음에도 4일 국감에서 별다른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망 사용료법 논의의 공회전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의원들이 법안과 관련해 확고한 기준을 세우거나 충분히 배경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논의되고 있어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부터 일단 발의하다 보니 당 대표의 말 한마디에 크게 흔들리거나 눈치를 보며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과방위 관계자는 “망 사용료법이 좋든 나쁘든 우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의원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무의미한 논쟁만 오가다가 아무 결론도 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함께 유념해야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