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前 기업서 인턴십…1년간 학교에 안 와도 돼"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산학협력 경쟁력 비결은

석·박사 학생들도 기업서 근무
교수에겐 지식재산권 권한 줘

'실리콘밸리 심장' 스탠퍼드대는
産學협력 관리 조직 별도 운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나비에 있는 사이먼프레이저대(SFU)는 북미 서부 지역에서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강자로 꼽히는 대학이다. 공학 전공자 중심의 이 대학 학부생들은 대부분 졸업 전에 기업에서 유급 인턴십(Co-up)을 한다. 학과 특성상 대학원 진학이 많은 컴퓨터공학과는 석·박사 학생들도 기업에서 근무하는 풍토가 이어진다.

마놀리스 사바 사이먼프레이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사진) 연구실 역시 마찬가지다. 5명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는 그의 연구실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현실의 물체를 3차원(3D)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구글, 어도비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와 함께 일하는 사바 교수는 최근 메타의 신형 증강현실(AR) 글라스 활용법을 연구하느라 분주하다. 그의 제자들 역시 모두 대학원생 신분으로도 인턴십을 경험하는 등 산학협력에 익숙하다. 사바 교수는 “SFU 인턴십은 통상 6개월간 기업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면 1년간 학교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며 “연구 성과만 인정되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다.사바 교수는 “교수에게 지식재산권(IP)의 권한을 주는 점이 대학 기술력이 산업 현장에 뒤지지 않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은 교수가 개인 명의 IP를 출원하면 산학협력단 등으로 환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바 교수는 “최근 미국 등에선 AI 분야 교수들이 산업계로 많이 넘어가자 이직 제의를 받은 연봉의 일정 부분을 대학 재정으로 메워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북미 산학협력 제도의 근간을 갖춰낸 곳은 ‘실리콘밸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스탠퍼드대다. 스탠퍼드대 기술이전센터(OTL)는 1980년대부터 기업·재단 관계 구축 업무와 산학협력 프로그램 등을 관리해왔다. 50여 명의 전문직원이 연구 결과 특허를 관리하고, 변호사 자격과 민간 기업 근무 경력을 지닌 ICO 직원들이 자금 수탁과 위탁 연구 계약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산업 연계프로그램인 ‘ILP’로 유명하다. ILP는 35개 국가 601개 기업이 MIT와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도 ILP의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학생들로선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알릴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버나비=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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