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기사회생' 13일 주식거래 재개

거래소, 상장유지 결정

2년5개월 만에…17만 개미 안도
"신약 후보물질 확대 등 요구 이행"
신라젠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것"
사진=뉴스1
경영진의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던 신라젠의 주식 거래가 2년5개월 만에 재개된다.

1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신라젠에 대해 상장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다음날인 13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신라젠의 경우 30거래일 이상 매매가 정지돼 거래소 규정에 따라 시초가가 새로 정해진다. 기존 최종 거래가격인 1만2100원을 기준으로 0.5~2배 사이에서 시초가가 결정될 전망이다.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 경영진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2020년 11월 1년의 경영 개선기간을 부여했으나, 올해 1월 심사 끝에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그러나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신약 파이프라인 다변화 등의 조건을 내걸고 6개월의 개선기간을 다시 부여하면서 상장폐지를 면할 기회가 주어졌다.

시장위는 신라젠이 거래소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상장유지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2월 이후 대대적으로 연구개발(R&D) 인력을 충원했다. 지난달에는 스위스 제약기업 바실리아와 계약을 맺고 항암제 신규 후보물질을 도입해 단일 파이프라인 구조에서 벗어났다. 신라젠은 펙사벡이라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에만 의존하는 성격이 짙어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가 거래 재개의 선결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신라젠 2대 주주이자 재무적 투자자(FI)인 ‘뉴신라젠투자조합’이 지난달 만기 예정이던 400억원 규모의 주식 보호예수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하면서 재무구조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신라젠 상장이 유지되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17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6월 30일 기준 16만5483명이다. 이들의 지분율은 66.1%에 이른다. 신라젠의 거래 정지 전 기준 시가총액은 1조2446억원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유지를 요구해왔다.전문가들은 장기간 중지된 거래가 재개되면서 신라젠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거래가 재개된 코스닥 상장사 휴엠앤씨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신라젠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신약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라며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최대주주 및 관계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