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그림자…태어날 때부터 아픈 아이들

반도체 노동자 2세 직업병 조명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 출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근로자의 자녀들이 겪는 2차 피해를 조명한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사람들'이 최근 출간됐다.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기획하고,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룬 르포집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을 쓴 희정 작가가 글을 썼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지난 2007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황유미 씨의 죽음으로 촉발됐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1년 8개월간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다 병에 걸렸고, 스물셋의 나이에 사망했다. 유가족은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반올림도 반도체 직업병 인정과 보상을 꾸준히 요구한 끝에 삼성으로부터 사과와 보상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처로 문제가 일단락된 게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자녀들에게 2차 피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선천성 식도폐쇄, 콩팥무발생증, 방광요관역류 등 다양한 질병을 얻었다.

책에 따르면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자녀들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됐다. 이들이 수정란, 정자, 태아와 같은 상태로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저자는 다양한 피해 사례를 조명하며 2세 질환 직업병 문제가 한국 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노동권 문제이자, 인권 문제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여성 노동자의 임신과 출산, 건강권 문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는 '인간의 취약함을 사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오월의봄. 정택용 사진. 376쪽. 1만8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