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무슨 자신감?...가격 올리고 테슬라에 도전장[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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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잡겠다는 현대차의 야심
2019년 덩치 키우기 전략 포기
럭셔리와 전기차로 빠르게 선회
의외로 잘 한다는 평가 받으며
증시에서 주가도 비교적 선방
옵티머스란 로봇을 발표 했는데요,
조금 엉성했죠.
1년 만에 뚝딱 만든
아직 개발 중인 로봇이고,
가격을 애초에 2만달러 이하로
책정한 보급형 저렴이 로봇이란 점.
이런걸 감안해도
나오면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 로봇을 보면서,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떠올렸을 겁니다.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은
춤추고, 뛰고, 물구나무 서고
별 짓 다 하거든요.
아마 2만달러의 몇 십배는
더 비쌀거 같긴 한데.
테슬라와 현대차가 가는 방향이
큰 틀에선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대단한 기업의 만만한 성공 스토리
대기만성's 이번 주제는
전기차, 럭셔리
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선
현대차 입니다.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신생 회사에 가깝죠.
첫 차가 나온 게 1976년 이었습니다. 포니였죠.
미국에 비해선 70년,
독일이나 일본보다는 40년
뒤쳐졌습니다.
후발주자로 현대차의 전략은
꽤 단순했습니다.많이 만들고, 많이 팔자.
벤츠 BMW 처럼
브랜드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가격으로 승부를 했으니까,
규모의 경제,
그러니까 많이 만들어서
단가를 확 낮추는 게 중요했어요.
가성비에 목숨 건 거죠.
또 많이 만들고 팔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알아서
브랜드 파워도 생긴다.
이렇게 봤습니다.이 전략은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2021년 기준 현대차는
389만대를 판매했습니다.
자회사인 기아가 같은해에
277만대쯤 팔았으니까
둘이 합치면 700만대 좀 안 됩니다.
이보다 더 많이 판 곳은
세계적으로 봐도
폭스바겐이나 도요타 정도 밖에 없어요.
현대차, 이제 좀 되나 했는데.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바뀌는 사건이 있었죠.
테슬라가 나타난 것입니다.
2012년 나온 모델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17년에는 보급형 모델인
모델 3이 대박이 났습니다.
테슬라 판매량이
2017년 처음 10만대를 넘겼는데요,
이후 매년 거의 두 배씩 성장해요.
작년엔 100만대 가까이 팔았습니다.테슬라는 애플이 2007년 내놓은
사실상 인류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연상시키죠.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에
휴대폰 하면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한국에선 삼성 LG
이런 회사들이 잘했죠.
그런데 아이폰 나오고 나서
다 죽고 지금은 사실상 삼성 한 곳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자동차 업계도 이런 쏴한 분위기가
지금 돌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시장 거의 다 먹고,
테슬라가 못 먹은 부스러기를
나머지 업체들이 조금씩 가져갈 것 같은
위기감이 돌고 있죠.현대차는 죽어라 노력해서
40년 만에 글로벌 톱5 안에 들어
이제야 우월적 지위를 누려보나 했는데
졸지에 또 추격자 하게 생겼죠.
근데, 현대차는 이게 장점이기도 합니다.
누가 잘 하면 죽어라 해서
비슷하게 잘 하는거.현대차는 전기차 시대에 맞는
전략을 다시 짰습니다.
2019년 말 경영전략을 발표 했는데
키워드가 수익성 개선,
그리고 고급 브랜드 였어요.
한마디로 돈 안 되는 모델은 버리고,
돈 되는 상위 모델과
SUV에 집중하겠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죽어라 많이 만들고,
싸게 만들고 하는
'양떼기 전략'을 포기한 겁니다.
이건 지난 40년 간 전략을
바꾼 것이라 의미가 있죠.
또 다른 키워드가 전기차였어요.
그 전까진 수소차로 간을 보면서
전기차 확 투자 할까, 말까 했다면.
이때부턴 본격적으로
전기차로 돌아 섭니다.이 전략이 나올 때만 해도
뭐 그런가 보다 했어요.
현대차가 전기차 해봐야,
고급화 전략 해봐야.
얼마나 잘 하겠어.
하고 속으로 비웃은 사람도 있겠죠.
현대차가 벤츠 BMW 따라 갈려면
아직 먼 얘기고,
테슬라 따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거든요.그런데 현대차가 2021년에 내놓은
전기차 아이오닉5,
이게 생각보다 훨씬 잘 나온거에요.
그 전에 나온 게 코나 전기차인데,
이 차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잘 나왔죠.
코나 전기차는 불이 많이 나서
리콜 비용만 엄청 쓰고 단종 시켰습니다.아이오닉 평가가 얼마나 좋았냐면,
2022년 1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 합니다.
점유율이 9% 수준이었어요.
테슬라가 75.8% 였으니까,
차이가 좀 나긴 하는데,
테슬라의 홈구장에서
이정도면 정말 잘 한거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트윗을 하나 날려 줬어요.
‘현다이가 꽤 잘 하고 있다’독일의 한 자동차 전문지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가
테슬라의 모델Y 보다 낫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아이오닉5와 EV6는
올 들어 7월까지
합쳐서 10만대 넘게 팔렸습니다.
같은 기간에 테슬라
모델Y가 34만대,
모델3가 23만대 팔렸습니다.
꽤 잘 따라가고 있죠.현대차는 최근에 아이오닉6도 선보였죠.
스포츠카 처럼 생겼어요.
이거 사전 예약이 몰려서
첫 날에만 3만대 넘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이 차 주문해서 받으려면
최소 1년 기다려야 합니다.
근데, 내년에 더 큰 게 나오죠.기아가 EV9이란 전기차를 내놓는데,
이게 팰리세이드 만큼 큽니다.
현대차도 SUV 형태의 아이오닉7을
내년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둘 다 나오기만 하면
엄청나게 잘 팔릴 것 같습니다.
지금 전기차들은 대부분 중소형이라
SUV를 원하는 사람이 많거든요.전기차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
아까 말한 시가총액,
그러니까 투자자가 부여하는
기업의 가치도 달라지겠죠.
테슬라 시가총액이 현재
7800억 달러, 1100조원 가량인데요.
이 회사의 이익은 작년에 55억달러,
8조원도 안 됩니다.
주가수익비율, PER은
100배를 넘습니다.
1년치 이익을 100년 넘게 쌓아야
이 회사 가치 만큼 된다는 얘깁니다.
현대차는 PER이 대 여섯배 하거든요.
반대로 말 하면
테슬라 PER의 절반, 아니 10분의 1만
인정받아서 PER이 10배 정도 된다면
현대차 주가가 지금보다
두 배는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현대차는 럭셔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전략 발표 때
돈 안 되는 모델은 접는다고 했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국민차로 불렸던
쏘나타를 단종하려 합니다.
충남 아산 공장이 쏘나타 라인인데,
이걸 전기차인 아이오닉6
라인으로 바꾸는 중이에요.
또 기아는 K3를 2024년 이후에는
생산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 두 차는 가장 대중적인 모델인데,
사실 요즘 판매가 점점 줄고 있기도 하고
마진이 얼마 안 남거든요.현대차는 대신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 집중하고 있죠.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 중
JD파워란 곳이 있는데요,
신차의 품질 만족도를 매년 조사하는데,
럭셔리 부문에서
최근 6년 간 다섯번이나
제네세스가 1등을 했습니다.
렉서스, 캐딜락을 다 제쳤어요.
품질 자신감이 생기니까 가격도 막 올렸죠.
제네시스 최상위 모델인 G90은
가격이 풀옵션 다 해서 1억8000만원이
넘습니다.
경쟁자가 벤츠 S 시리즈,
BMW 7 시리즈
뭐 이렇습니다.
사장님 차를 넘어서 부자들 차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거죠.
제네시스 브랜드를
전기차에도 달고 있습니다.GV60은 전기차 전용 모델입니다.
전기차도 럭셔리로 가겠다는 겁니다.
G80, GV70도 전기차 전용까진 아니지만
전기차 모델을 내놨죠.
제네시스 모델 중 6개를
2030년까지 전기차 형태로
판매 한다고 합니다.현대차가 왜 럭셔리 브랜드가 되려고 하냐면,
그래야 이익을 많이 낼 수 있거든요.
당연한 말이긴 한데,
이랜드보다 에르메스 이익률이 훨씬 높겠죠.
차 업계에선 어떠냐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기껏 해야 5~6%쯤 합니다.
그런데 페라리 영업이익률은 25%가 넘어요.
포르쉐도 20% 가량 하죠.
현대차가 지난해 매출 100조원 넘게 벌고도
이익은 6조원대에 불과했는데,
이익률을 10%대로 끌어 올리려면
럭셔리, 고사양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야 합니다.
만약 현대차가 브랜드 가치를 올려서
지금보다 수익성을 두 배 이상 내고,
전기차 잘 해서 PER을 10배 이상으로
받을 수만 있다면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글로벌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꿈같은 이야기 같지만,
현대차는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죽어라고 또 추격해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추격하는 현대차,
테슬라 잡을 때까지
눈여겨 보겠어!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김윤화 PD
촬영 김윤화·박지혜 PD
제작 한국경제신문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