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적만은 제발…" 사제 간에도 잦은 연락으로 괴롭히면 스토킹

연인뿐만 아니라 남매·이웃·동성 간에도 예외 없이 법 적용
스토킹 처벌법 약 11개월간 제주서 224명 입건해 149명 송치

'나 직장 다니자, 미안하다. 찾아가지도, 두 번 다시 연락도 안 해.'
지난달 22일 오후 7시 41분께 전 여자친구에게 '여보는 내꺼야, 사랑해 여보'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던 40대 남성 A씨는 10분 만에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지겹도록 카톡 메시지에 시달리던 전 여자친구가 경찰에 바로 연락해 즉각 출석 요구를 받게 되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A씨는 전 여자친구 B씨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고, 심지어 직장까지 찾아가 시비를 걸었다가 불과 3주 전 현행범으로 체포돼 스토킹 잠정조치 2·3호 처분을 받은 터였다.

잠정조치 2호는 피해자나 주거지 등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

결국 잠정조치 3호를 위반한 A씨는 재범 우려가 높다고 판단돼 스토킹 처벌법상 명시된 최상위 조치인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이웃과 남매 사이에도 성립된다.

지난 2월 층간소음 문제로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이웃 주민에게 상습적으로 '부모도 없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50대 남성 C씨.
지난해 12월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피해자 과수원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하며 잦은 노상 방뇨로 피해자를 괴롭힌 40대 여성 D씨. 이들은 모두 스토킹 처벌법 피의자가 됐다.

50대 여성 E씨는 지난달 재산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던 남동생을 지속해서 찾아가 자신의 차로 남동생 집 입구를 막고 허락 없이 집 내부까지 쳐들어갔다가 스토킹 처벌법 위반에 주거침입 혐의까지 더해 입건됐다. 같은 성별 간에도, 심지어 사제 간에도 스토킹 처벌법은 성립한다.
성적 부진으로 제적 위기에 놓였던 서울지역 대학생 F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40대 교수 G씨에게 '제적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문자와 전화를 반복하다가 결국 입건됐다.

전 직장동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입건된 40대 남성 H씨는 지난해 10월 3차례에 걸쳐 자신을 고소한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가 목줄과 장난감 수갑을 갖다 놓는 등 공포심을 주다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잠정조치 4호 처분을 받고 유치장에 입감됐다.

1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지난달까지 제주에서 스토킹 처벌법과 경합범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모두 22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명이 구속 송치됐으며, 141명이 불구속 송치됐다.

나머지 75명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경찰은 이 기간 입건된 피의자 가운데 101명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하는 긴급 응급조치를 취했다.

또 법원은 긴급 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재범 우려가 있는 210명에 대해 스토킹 잠정조치 처분을 내렸으며 이들 가운데 44명은 잠정조치 4호 처분을 받아 유치장 신세를 졌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은 중대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큰 만큼 가해자를 엄정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커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해 대부분 범칙금만 부과했던 처벌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스토킹은 상대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가족, 동거인을 대상으로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을 말한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