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악몽 지운 소형준…가을이 되면 '대형준'이 된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KIA전서 난타당한 소형준…깨끗한 복수전
홈런 허용했던 황대인에게 4연속 투심 던져 2사 만루 탈출
프로야구 kt wiz의 우완 선발 투수 소형준(21)은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였던 7일 KIA 타이거즈전을 잊지 못한다. 당시 소형준은 5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무려 7개 안타를 헌납하며 4실점 해 패전 투수가 됐다.

악몽을 꾼 소형준은 불과 6일 만에 다시 KIA 타선을 상대했다.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가을잔치 첫 경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마운드에 섰다.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던 것일까.

3회까지 9명의 타자를 완벽하게 잡아낸 소형준은 3-0으로 앞선 4회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류지혁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뒤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후속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실점했다.

최형우는 내야 땅볼로 막았지만,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역전 위기에 놓였다.

이때 타석에 황대인이 들어섰다. 소형준은 얼어붙었다.

황대인은 지난 7일 정규시즌 마지막 '그 경기'에서 소형준에게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소형준은 흔들렸다.

공 2개를 모두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던졌다.

kt 포수 장성우는 마운드에 올라가 밀어내기 실점 위기에 몰린 소형준을 안정시켰다.
소형준은 심호흡했다.

그리고 힘차게 공을 다시 던졌다.

소형준은 작정한 듯했다.

우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결정구' 투심 패스트볼을 4개 연속으로 던졌다.

황대인은 헛스윙을 두 번 한 뒤 파울을 쳤고, 마지막 투심 패스트볼에 다시 헛스윙했다.

'쳐볼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던진 소형준의 담대한 정면 승부가 통하는 순간이었다.

소형준은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던 2사 만루 역전 위기를 벗어났다.

그는 이날 5⅓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가을 무대 첫 승 발판을 뒀다.

악몽과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가을의 한복판에서 승리를 외쳤다.

소형준은 가을만 되면 더 단단해진다.

그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데뷔 해인 2020년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9이닝 1실점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올해도 가을을 자신의 계절로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