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지하철역 수유실…10개 중 7개 비상벨 없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지하철 역사에 있는 수유실 중 비상벨이 없는 곳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벨이 설치된 곳도 역무원 근무지로 호출될 뿐 인근 지구대 등 경찰 호출 연계 기능 없었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서울교통공사, 메트로9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와 메트로9이 관리하는 지하철 역사 중 총 316개로 수유실이 설치된 역사는 97개 역(30.6%)에 불과하다. 이중 비상벨이 있는 곳은 26개(26.8%)에 그친다.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지하철 역내 강력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수유실 설치율이 낮은데다 비상벨조차 없어 임산부들이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와 메트로9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수유실의 설치·유지·관리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설치된 비상벨 26개도 역무원 근무지로 호출될 뿐이지 인근 지구대 등 경찰 호출 연계 기능이 전혀 없어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역사 중 수유실이 가장 많이 설치된 노선은 5호선 27개였고, 이어서 7호선(14개), 9호선(12개), 2·6호선(11개) 순으로 나타났다.수유실은 교통약자법이 개정된 2009년 이후 신설역이 많은 5호선, 9호선에 비교적 많이 설치됐고 오래된 노선일수록 설치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과거에 설치된 수유실의 경우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비어있는 유휴공간에 설치되다 보니 임산부의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률도 낮은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발표한 수유실 실태조사 결과 교통시설의 경우 총 385개소 시설 중 368개소(95.6%)가 1일 평균 이용자가 5명 이하였다.

서울교통공사와 메트로9은 '1역 1동선 구축계획'에 따라 지하철 출구부터 승차장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수유실은 제외됐다.

조 의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후진적 행정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며 "최근 지하철 역사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는 수유실과 비상벨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