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대신 이곳에 돈 써요"…밤 9시 한강 북적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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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크루' 인기…런데이 사용자 작년 말比 27%↑최근 한강공원에서 평일 밤이나 주말에 많게는 100명의 남녀가 무리 지어 달리고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최근 운동이나 모임 앱으로 크루원을 모집해 러닝을 뛰는 2030 세대가 많아지자 '러닝 크루'는 하나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헬시 플레저' 대세에 건강·즐거움 다 챙기는 MZ
물마시기·알약먹기까지…사소한 것도 서로 인증
"명품 대신 회비 낸다"…건강에 돈 쓰는 MZ
서울 마라톤에 따르면 2018년 대회에 참가한 20~30대 비율은 39%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5%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MZ세대의 '건강한 삶'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달리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평소에 달리기에 관심 있는 MZ세대 사이에선 최근 러닝 크루가 대세다. 대개 이들은 대게 러닝 전용 앱인 '나이키 런 클럽(NRC)', '런데이(Runday)'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함께 뛸 사람을 쉽게 구한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티디아이(TDI)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런데이' 앱의 올 8월 가입자 수는 작년 말 대비 11만 3000회 늘며 27% 성장했다.
얼마 전 앱을 통해 달마다 회비를 내고 러닝 모임에 참여한다는 직장인 김 모 씨(28)는 "퇴근 후 저녁 9시가 되면 밤마다 한강에 가서 1시간 30분가량 크루원들과 달린다"며 "명품을 사는 대신 매달 회비를 낸다. 혼자 운동하기보다 함께 달리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러닝 크루를 운영한다는 이 모 씨(30)는 "장시간 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듯, 크루원들과 함께 뛰면 달리기 위한 원동력이 생기고 즐겁다"고 설명했다.기업들도 이러한 대세를 포착해 MZ세대들을 위한 '러닝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9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동탄 러닝 크루'와 함께 동탄 나이트 러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건강 관리는 즐거워야 의미"…인증샷 공유하며 서로 독려
이러한 MZ세대의 트렌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로 표현된다. 헬시 플레저란 건강을 챙기면서도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한다는 의미다. 이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운동 인증샷'을 올리며 문화를 확산하는가 하면, 자신만의 활동 루틴을 만들어 관리를 습관화하고 타인과의 운동 기록 공유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운동과 관련된 대표적인 해시태그인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이 달린 게시물만 약 300만 개를 웃돌고 있다.이 밖에도 요가, 필라테스, 보디 프로필 촬영 등 다양한 형태로 함께 건강관리를 하는 모임도 인기다. 얼마 전 6개월 간의 식단조절과 퍼스널트레이닝(PT) 끝에 보디 프로필 촬영에 성공했다는 박 모 씨(25)는 "앱을 통해 보디 프로필 도전 모임을 구했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남는 시간과 돈을 건강 관리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챌린지 공유 앱 서비스인 '챌린저스'를 통해 '아침마다 영양제 챙겨 먹기', '물 마시기' 등 사소한 건강 챙기기까지 함께하고 인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세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내고 장기적인 자기 발전을 위해 건강 관리를 우선으로 의미를 추구하는 추세"라면서 "이전에는 불특정 다수가 함께 모여 함께 건강관리를 독려하기 어려웠는데, 운동을 지향하는 MZ를 타깃으로 한 건강관리 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건강 챙기기를 인증하고 공유하거나 그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자기 계발의 일환이자 본인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