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 정도는 돼야"…BTS "일단 마지막 콘서트" 말한 이유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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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2개월 남은 진 "일단 마지막 콘서트"
문체부장관 12월 안에 BTS 병특 결정키로
여론조사서 압도적 찬성 없고 비등비등
여야도 오락가락…대선 때 이재명도 반대
"저희가 일단 잡혀있는 콘서트는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또 언제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15일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30·본명 김석진)이 5만여 명의 관객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1992년생인 그의 입대 시기가 약 두 달 남으면서 BTS의 병역 면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번 콘서트가 한동안 마지막 콘서트가 될 가능성에 밝힌 소감이었다.
지난 5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BTS 병역 이슈와 관련해 진의 입영 연기 시한인 12월 안에 입장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BTS 병역 이슈는 이번 국감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렇게 BTS 병역 이슈가 논란만 되고 해소되지 않는 데에는 압도적 찬성이나 반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반대 여론이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데 이어 국회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BTS 당사자나 문화계 안에서도 병역 특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남은 2개월간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 대표팀 때만큼 압도적인 병역특례 찬성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 한 BTS 병역특례가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2 월드컵 때 정도 여론은 돼야"
그간 BTS 병역특례를 묻는 여론조사는 결과 편차가 있는 편이었다. 6 대 4나 7 대 3 비율로 찬성 비율이 높은 경우도 많았지만,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5 대 5 비율로 비등비등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최근 들어서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초 발표된 조앤씨앤아이 조사 결과에서는 BTS 병역특례에 대해 '특례 혜택를 줘야 한다'는 응답이 40.1%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54.1%)보다 14%포인트가량 낮았다. 특히 20대 73.2%, 30대 60.4%가 BTS의 병역 의무 이행에 손을 들어 최근 정치권에서 부동층으로 꼽히는 20~30대가 반대파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9 대 1 비율로 축구 대표팀에 대한 병역 면제는 압도적으로 호의적이었다. 한국갤럽이 2002년 6월 19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병역을 면제해 주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잘된 일'이라고 답한 비율은 88.3%였고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 비율은 8.7%로 10%도 안 됐다. 특히 남녀, 연령대별, 지역별 편차가 거의 없이 9 대 1 비율로 찬성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제주는 응답자 100%가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BTS 병역 이슈가 당장 결론 나기 어려운 것도 이처럼 국민의 압도적 찬성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도 입장 딱 정해진 것 없어
…이재명도 대선 후보 때 반대
정치권에서도 BTS 병역특례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하거나 당적 없이 나오면서 복잡한 상황이다. 여야가 당론처럼 BTS 병역특례에 대한 입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김기현, 신원식(이상 국민의힘), 정성호(민주당) 의원은 BTS를 위해 병역법을 개정하는 병역특례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성일종(국민의힘), 설훈, 김영배(이상 민주당) 의원은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번 국감에선 대체로 민주당에서 BTS 병역특례 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고, 여당이 신중한 편이었다.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BTS 병역 특례를 언급했다가 민주당에 공격받기도 했다. 이에 한 달 만에 여야 노선이 대체로 엇갈린 모양새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9월 1일 민주당 정책조정 회의에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사안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여당 정책위원장 지자체장이라는 사람들이 BTS의 병역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꼴이 우습기 그지없다"면서 "여당에도 경고한다. 더 이상 BTS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한다.이재명 당 대표도 대선후보 당시인 지난 1월 "BTS가 면제해달라고 하지도 않는데 정치권이 나서서 면제하자고 하니 팬클럽인 '아미'에서 왜 정치권이 나서느냐는 주장도 했다"면서 "면제 논쟁 자체가 그분들에 대한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BTS도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 이름 팔지 말라"
BTS나 팬인 아미들도 병역 특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BTS 멤버 슈가는 지난 2020년 출시한 '어떻게 생각해?'라는 노래 가사로 "Woo Woo,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X들 다 닥치길"라고 적는 등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병역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 노래는 이번 국감에서 BTS 병역특례를 반대하는 쪽에서 소개하기도 했다.문화계 안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난달 MBC '100분 토론'에서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BTS가 거둔 실적이 어마어마한 걸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병역특례, 즉 면제로 연결되는 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음악 분야는 투자에 대한 이익을 전제하는 분야"라면서 병역 면제 기준 불명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BTS 병역 특례를 반대했다.
현행 병역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 중 문체부 장관의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병역법 시행령이 예술·체육 분야 특기로 K팝 등 대중문화를 포함하지 않아 순수예술인과 대중예술인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