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30초만에 잡혔다"…운전석 빈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입력
수정
버튼만 누르면 자율주행차 오는 샌프란시스코지난달 10일 저녁 11시 샌프란시스코 주거 지역인 펠스트리트. 택시 호출 버튼을 누르자 30초만에 5분 거리의 택시가 잡혔다. 멀리서 택시 한 대가 아스팔트와 조용한 밤공기를 가르며 등장했다. 택시 운전석엔 아무도 있지 않았고 기자가 기다리는 장소 바로 앞에 멈춰섰다. GM크루즈의 자율주행 택시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자율주행 택시 타보니
국내 언론 최초 상용화 무인 택시 서비스 체험기
6월 GM크루즈 세계 최초 자율주행 상용화
급정거에도 순발력 있게 대응
알고리즘 엉켜 20대 ‘도로점거’ 한계도
샌프란시스코에는 해가 저물고 자율주행의 시간이 온다. 서비스 이용 신청을 하고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있고, 곳곳에선 자율주행 테스트에 한창인 차량들도 볼 수 있다. 직접 시승한 GM 크루즈는 세계 최초로 일반 소비자에게 금액을 받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정 구역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을 하는 레벨4(SAE 기준) 수준의 차량들이다.차량이 도착하고 기자는 직접 ‘앤트’란 이름이 새겨진 자율주행 택시에 올라탔다. GM크루즈의 자율주행 택시는 각 모델마다 이름을 부여한다. 내부는 일반 차량과 똑같은 모습이었고, 운전석만 비어있을 뿐이었다.
앱으로 ‘주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차량은 부드럽게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었기에 시야에 들어오는 도로에는 2~3대의 차량만 서행을 하고 있었다. GM 크루즈가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허가받은 주행 시간은 차가 적은 오후 10시30분부터 오전 5시까지고, 장소는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공원 주변의 북서쪽 구역으로 한정돼 있다.앤트는 차량들과 보조를 맞춰 시속 30~40km의 속도로 도로를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바로 앞에 주행중이던 쓰레기 차가 급정거를 했다. 기존 도로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못할 수준의 급정거였다. 앤트는 재빠른 반응을 보였다. 쓰레기 차와의 허용된 간격 내에서 최대한 브레이크를 나눠 밟으며 부드럽게 감속에 성공했다. 순발력 있는 대응으로 보였다. 이후 약 25분 가량을 주행한 앤트는 목적지인 잭슨스트리트에 정차했다.GM크루즈는 지난 6월 상업용 무인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CPUC)가 무인 차량 보급 허가 및 일반 대중 대상 무인 차량 요금 부과 권한을 승인하면서다. 정해진 시간과 구역이긴 하지만 세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으로 상업용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카일 보그트 GM크루즈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를 확장해 매일 밤 수백 대의 차량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GM크루즈는 2023년 로보택시 론칭을 위해 두바이 도로를 데이터화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팩토리 제로 공장에서는 수 만대의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다만 아직까지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택시 서비스가 시작된 지 8일 만에 택시 20대가 갑자기 집결해 도로를 점거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약 2시간 정도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GM 관계자는 “아직 고도화 단계에 있으며 데이터가 쌓일 수록 사고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