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 증상 없는 '침묵의 살인자' 간암…간 질환자는 반드시 정기검진 받아야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수정
지면A21
간 질환 예방하려면간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관리한다. 장에서 흡수한 영양소를 저장하고 가공해 몸의 필요한 부분으로 보낸다. 술이나 약 같은 독성물질을 분해하고 대사해 배설하는 해독 작용도 한다.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바이러스 등의 공격을 받아 80%가 파괴될 때까지 위험 신호조차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간암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B형 간염 환자와 술 소비량이 많은 한국은 간 질환 위험국이다. 오는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제정한 ‘간의 날’이다. 간암과 지방간 등 간 관련 질환과 예방법을 짚어봤다.
간암 환자의 80%가 B·C형 간염
B형 항체 없다면 백신 맞아야
지방간 제때 치료 안하면
간 딱딱해지는 간경변증 악화
○간질환 종착역은 간암
간암은 간염 등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서 잘 생긴다.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발생 위험이 20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범수 경희의료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간암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로 “간암 환자의 80%가 B형 및 C형 간염 환자”라고 말했다.간암은 이렇다 할 자각 증상이 없다. 증상이라 해봤자 피로와 체중 감소, 우상복부 통증 정도다. 게다가 간염 등 다른 간질환 증상과 비슷해 알아채기 어렵다. 따라서 간암 발생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복부 초음파와 혈액검사 같은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암이 진단되면 간 절제술과 간이식술 같은 수술을 한다. 심주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절제술이 가능한 경우는 30% 정도”라며 “잔여 간 기능이 충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더라도 남은 경화된 간에서 또 간암이 발생해 5년 내 50~70%가 재발한다”고 했다.지난해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7%에 그쳐 전체 암(70.3%)에 비해 훨씬 낮았다. 또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40~50대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B형 간염 항체가 없는 사람은 백신을 맞아야 한다. 혈액으로 전파되는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없다. 피어싱과 문신, 불법 시술 등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성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을 평소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술 안 마셔도 생기는 지방간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이는 질환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지방질을 원활히 처리하지 못해 지방이 침착해 발생한다. 성인 10명 중 3명이 앓을 만큼 흔하다. 지방간은 흔히 과음으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는 환자의 80%는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은 과체중, 복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다.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해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지방간 역시 증상이 딱히 없다. 그래서 지방간을 ‘숨은 폭탄’이라고도 한다. 당뇨병이나 비만 등을 앓는 경우엔 간 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간이 서서히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단번에 치료되는 시술이나 약물은 없다.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적절한 식사요법,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다. 곽금연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바이러스 간염 환자는 적은 양의 알코올이라도 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정상인보다 10배 이상 높다”며 “간 건강을 위해선 하루 소주 한두 잔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