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양자(量子) 기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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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및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한 지난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찾은 곳은 ‘허드슨 밸리’로 불리는 뉴욕주 포킵시의 IBM 데이터센터다. 이곳은 IBM의 양자컴퓨터가 세계 최초로 설치된 곳이자, 세계에서 양자컴퓨터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기술패권 시대 ‘끝판왕’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게 양자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비트(bit)는 확률값이 0 또는 1에 위치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최소 단위 큐비트(qubit)는 확률값이 0과 1 사이 모든 지점에 얽혀 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기존 컴퓨터의 순차적 계산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의 병렬 계산으로 기하급수적 정보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어 프로세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불과 200초 만에 해결한다고 한다. 양자컴퓨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속도에 힘입어 기존 보안체계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금융회사가 사용하는 RSA(공개키 암호화) 알고리즘은 현존 슈퍼컴퓨터로도 암호를 해독하는 데 100만 년이 걸린다. 그러나 발전된 양자컴퓨팅 기술로는 단 1초 만에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안전하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비트코인 방어벽이 양자컴퓨터에 의해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암호 무력화 성능은 결국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미·중간 양자 전쟁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는 미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양자암호통신기술은 중국이 더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중국의 암호 방어력이다.
국내 양자 기술 인력은 미국의 6분의 1, 중국의 11분의 1에 불과하다. 흡사 ‘스푸트니크 쇼크’와 같은 충격을 받은 정부는 양자대학원 3곳을 설립해 2030년까지 전문인력 1000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지만, 뒤늦게 출발한 양자 기술을 만회하는 데는 선진국의 기술 이전이 더욱 효과적이다. 양자 기술에 대한 중국 봉쇄망을 마련하고 있는 미·일·호주·인도의 쿼드, 미·영·호주의 오커스 등 가치 안보 동맹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교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기술패권 시대 ‘끝판왕’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게 양자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비트(bit)는 확률값이 0 또는 1에 위치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최소 단위 큐비트(qubit)는 확률값이 0과 1 사이 모든 지점에 얽혀 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기존 컴퓨터의 순차적 계산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중첩 상태의 병렬 계산으로 기하급수적 정보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어 프로세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불과 200초 만에 해결한다고 한다. 양자컴퓨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속도에 힘입어 기존 보안체계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금융회사가 사용하는 RSA(공개키 암호화) 알고리즘은 현존 슈퍼컴퓨터로도 암호를 해독하는 데 100만 년이 걸린다. 그러나 발전된 양자컴퓨팅 기술로는 단 1초 만에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안전하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비트코인 방어벽이 양자컴퓨터에 의해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암호 무력화 성능은 결국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미·중간 양자 전쟁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는 미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양자암호통신기술은 중국이 더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중국의 암호 방어력이다.
국내 양자 기술 인력은 미국의 6분의 1, 중국의 11분의 1에 불과하다. 흡사 ‘스푸트니크 쇼크’와 같은 충격을 받은 정부는 양자대학원 3곳을 설립해 2030년까지 전문인력 1000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지만, 뒤늦게 출발한 양자 기술을 만회하는 데는 선진국의 기술 이전이 더욱 효과적이다. 양자 기술에 대한 중국 봉쇄망을 마련하고 있는 미·일·호주·인도의 쿼드, 미·영·호주의 오커스 등 가치 안보 동맹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교력이 더욱 절실한 때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