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물려 퇴사도 못해"…'억대 연봉' 직장인의 절규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우리사주에 청약한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주식에 물려 퇴사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사를 그만둘 경우 주식 대출금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연봉 인력들이 현대판 노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4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 대비 55% 내린 1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상장 당시 인당 평균 4억9014만원을 청약했던 직원들은 평균 2억5000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직원들 대부분 주식담보대출로 투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퇴사를 하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3개월 내에 상환해야 합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2억5000만원의 손실도 확정지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고연봉 직원을 잡아두는 의도되지 않은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입니다. 고소득 직군인 개발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은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경영진 입장에서는 경쟁사들은 한 발 앞서갈 수 있습니다. 양질의 개발자들을 별다른 노력 없이 묶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옮겨 다니며 몸값을 높이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커리어에 차질이 생겼습니다.경쟁사인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냈는데, 주요 원인이 인건비 상승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높아지는 개발자 인건비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직원들이 사실상 공짜 봉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공모 당시 가져간 우리사주 물량이 4970억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4970억원은 고스란히 회사 금고로 들어갔습니다.

주식으로 고통받는 직원들을 위해 경영진이 마련한 지원금은 100억원입니다. 최근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반대 매매와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인당 1000~2000만원을 대출해 주기로 했습니다.

반대매매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우리사주 대출의 경우 담보 유지 비율이 60%입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 하락하면 담보 부족 상태가 됩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공모가 대비 55%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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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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