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학의 불법 출금' 재판서 '기획사정' 의혹 제기(종합)

"이광철, 민갑룡에 '동영상 속 남성 김학의' 발언케 해"
이광철 "의견진술서 제시하는 건 부적절"…조국 증인 채택
문재인 정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수사한 배경에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이 있다는 검찰 주장이 법정에서 나왔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의 재판에서 이 같은 기획 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비서관이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확실하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발언하게 했다는 것이다.

민 전 청장은 2019년 3월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명확한 영상을 5월에 입수했는데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 의뢰 없이 동일인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발언했다. 경찰이 2013년 수사 때 입수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게 명확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윤모 총경을 통해 민 전 청장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청와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포함해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 "당시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전후인) 2019년 3월 20일부터 23일까지 모든 상황을 이 전 비서관과 공유했다"며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발언권을 얻고 "진술 몇 개만 가지고 '모두 알고 있었다'는 건 매우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정식 증거조사가 아닌 단순 의견 진술 단계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오수 전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지만, 김 전 총장이 불출석해 11월 18일에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김 전 총장은 법원에 낸 사유서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하겠다"면서 "수사 중인 사건이 있어 가급적 증인 신청을 취소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한 2019년 3월 22∼23일 밤, 연락되지 않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와 관련한 지난해 수원지검 수사팀의 서면조사에서 '장관이 연락이 안 되더라도 정부조직법상 차관이 직무 대행할 위치에 있지 않고, 출국 금지는 규정상 출입국본부장에 전결 권한이 있어서 장·차관 승인이 별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피고인 측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전 수석은 당시 '지휘 라인'에 있어 출국 금지 경위를 잘 알만한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검찰은 2019년 3월 22일 출국 금지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이 검사가 이 전 비서관에게 대검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 요청이 조 전 수석을 거쳐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로 전달됐다고 본다.

조 전 수석은 최근 피고인 측에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출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 검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재수사 끝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올 8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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