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살인보다 형량 높은 중대재해법"…헌법재판서 명운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사진=연합뉴스
중재대재해처벌법의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1월 27일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두성산업이 1호 헌법재판의 주인공이 됐다. 두성산업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가 13일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것이다 .

올해 2월경 전기전자 부품 등을 제조하는 두성산업에서는 소속 근로자 10명이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독성간염이 발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검찰은 두성산업이 "사업장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인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냈다.결국 지난 6월 27일 대표이사 등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됐으며 현재 창원지방법원에서 공판이 계속 중이다.

중대재해법은 시행 전부터 위헌심판이 제기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예견된 수순이라지만 결과는 한 치 앞도 알기 어렵다. 위헌이란 주장의 근거는 뭘까.

◆"음주운전 살인보다 형량 높아"

두성산업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먼저 위헌법률심판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펼쳤다.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그에 상응하는 '형벌'이 법에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중대재해법은 그 범죄의 내용, 즉 구성요건이 불분해 죄형법정주의의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또 중대재해법 4조 1항은 경영책임자 등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화우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의미,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 등의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 제정 당시부터 계속 논란이 돼 온 부분이다. 죄에 비해 형벌이 과하다는 '과잉금지원칙' 위배도 주장했다. 중대재해법 6조는 중대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최대 30년),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데,지나치게 과하다는 의미다. 형벌로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할 때 공익이 더 커야 한다는 '균형성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비슷한 이유로 '평등원칙 위배'도 주장하고 있다. 화우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도 5년 이하의 금고,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중대재해법은 (사망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1년 이상 최대 30년의 징역, 상해의 경우에도 7년 이하의 징역 등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7년 이하 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형벌 체계상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화우는 "최근 서울고검 검사가 '형사법 신동향'에서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에 대해 발표했고, 얼마 전 울산지검 세미나에서도 현직 검사장이 '중대재해법은 물론 시행령 조차 중대재해법령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위헌성 지적을 했다"고 꼬집었다.

◆대표 변호사까지 등판, 사활 건 화우

화우는 대리하고 있는 두성산업이 1호로 기소 되면서 사건에 속도가 붙자 이번 헌법재판을 신청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법 시행 직후 경제단체 차원에서 연합 형식으로 헌법 재판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의 특성(전제성) 탓에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두성산업이 총대를 멘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두성산업이 대체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밝혀졌고, 수사과정에서 이를 순순히 인정한 편이라 먼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다른 기업보다 기소까지 걸린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일단 제청신청을 받은 법원의 결정부터 지켜봐야 한다. 만약 법원이 두성산업의 신청을 인용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면, 형사재판은 일단 중단되고 헌재가 심판을 진행한다.

반대로 법원이 신청을 기각한다면, 형사재판은 그대로 진행되지만 두성산업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두성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는 최근 중대재해법 자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두성산업의 규모와 헌법재판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 수행으로 큰 보상을 받았으리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화우는 박상훈 대표 변호사까지 투입해 총력전에 나섰다. (박 변호사가 노동 사건 전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심판 사건에 쏠린 관심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법의 의미와 존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쟁점인 '죄형법정주의 위반', '형벌의 과잉금지 위반'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이번 헌법재판에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합헌 판단이 나올 경우, 추후 검찰의 과감한 기소와 법원의 거침 없는 판결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조만간 중대재해법은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헌재는 심판 사건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의 운명이 빠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