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전달도 못하고"…카톡 등 먹통으로 전국서 크고 작은 피해

카카오 서비스 연동 안전신문고 앱도 장애…주차장서 출차 못하기도
네이버·카카오 등 서버 입주 'SK판교데이터센터' 화재…잔불 정리중

SK C&C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SK 판교 캠퍼스에서 15일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전국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6층에 지하 4층 규모(연면적 6만7천여㎡)로 네이버와 카카오, 일부 SK그룹 관계사의 서버가 입주해 있다.

화재 여파로 카카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은 오후 3시 30분부터 장애가 발생,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경기 고양시민 허성환(46) 씨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주말 모임 공지를 하려는데, 접속이 안 돼 회원 10여명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모임 장소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전북 전주시 거주 조모(38) 씨는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친구와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서비스 장애 사실을 모르고 약속 2시간 전에 보내놓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친구가 보지 않아 '일방적으로 바람맞았다'고 판단, 화가 났었다는 것이다.조씨는 "사적 모임이 많은 주말 오후에 카카오톡이 되지 않으니 불편하다"며 "아직도 카카오톡이 복구되지 않아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박현준(30) 씨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이 갑자기 아무 말도 없길래 다들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다"며 "평소 대화의 많은 부분을 카카오톡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이날 수원에서 서울로 카카오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운전하던 직장인 김모(35) 씨는 갑자기 내비게이션이 작동되지 않아 운전 중에 부랴부랴 다른 내비게이션 앱을 설치했다고 전했다.카카오 주차 서비스도 마비돼 해당 서비스를 이용 중인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운 운전자들은 출차하지 못하는 상황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NS 등에는 업무상 피해를 봤다는 시민들의 하소연도 줄지어 올라왔다.

파주시민 권오성(34) 씨는 "거래처에 견적서 10여건을 카톡으로 받기로 했는데 먹통이 돼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기다려 팩스로 견적서를 받았다"고 했다.

인천 지역 맘카페의 한 이용자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이용해서 일하고 있는데 먹통으로 일을 못 하고 있다.

많은 이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시민도 "바이어와 미팅 중이었는데 왜 답장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천시청의 한 부서도 이날 카카오톡을 통해 단체 공지를 하려다가 갑작스러운 장애가 발생, 다른 문자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시 관계자는 "다행히 주말이어서 업무가 없는 다른 부서의 경우 별다른 영향은 없다"면서도 "갑자기 공지할 일이 있었으나 카카오톡이 되지 않아 문자와 전화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한 금융기관에 다니는 김모(35) 씨는 "전 직원이 참여하고 있는 업무 단톡방에 공지사항이나 주말 당직자가 전달할 내용을 올린다"며 "오늘은 갑자기 카카오톡이 안 돼서 지시사항이 왔었는데 체크를 못했을까봐 불안했다"고 밝혔다.

제주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양모(36) 씨도 "평소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 많이 활용하고, 주말에도 긴급한 사안이 있으면 단체 카톡방을 통해 공유하는데, 카톡 먹통 사태가 장기화할 것 같아서 다른 메신저 앱을 설치해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해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안전신문고 앱과 포털 신고 기능에도 장애가 생겼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카카오 서비스의 장애 조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서비스가 정상화되면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데이터센터 불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뉴스 등 일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불편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 인원 60여명과 펌프차 등 장비 20여대를 동원해 약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 46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날 당시 해당 건물 안에 있던 20여명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물 안에 연기가 많아 불을 완전히 진압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가 마무리되면 "건물 지하 3층 무정전전원장치(UPS)에서 불이 났다"는 건물 관계자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SK C&C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을 차단했고, 화재 관련해 추가적인 상황을 확인한 뒤 전원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김소연, 임채두, 최은지, 노승혁, 전지혜, 차지욱, 류수현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