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억이던 강남 도곡동 집값 3개월 만에…부동산 시장 '대혼돈'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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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접어든 데다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빙하기를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직장이나 자녀 학교로 이사를 해야 하는 집주인들은 집을 살 매수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신혼부부나 청년층 등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가파르게 불어난 대출이자 부담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 값 하락 전망이 확산하면서 매수 시점을 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구입한 이른바 '영끌족'은 매월 내야 하는 대출이자가 크게 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이 아파트 한 채인 고령자들은 집 값 하락으로 줄어드는 자산 가치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경제주체마다 각각의 사정으로 불안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물가 급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0.5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3%에 이른 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입니다.
최근 몇 년 간 집 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20~30대의 아파트 매수가 잇따랐습니다. '사두면 오른다'는 인식이 강한 시기였던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과 맞물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출이자는 빠르게 불어나는데 집 값은 하향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입니다.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금리가 2.50%포인트 오른 만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차입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33조원에 육박합니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전망대로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대출금리가 연 8%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저금리에 기대 '영끌'한 차입자들 중 일부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엔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사례가 속출할 전망입니다.
이에 비해 집 값은 하락 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잇단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전국 아파트 값 낙폭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20주 연속 하락하면서 10년1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0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3% 떨어졌습니다. 전주보다 0.03%포인트 낙폭이 확대돼 2012년 5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입니다.'부동산 불패'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권도 다르지 않습니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도곡렉슬아파트’(전용면적 134.9㎡ 기준)는 올 8월 42억3000만원(21층)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불과 3개월 전인 올 5월만 해도 49억4000만원(18층)에 거래가 된 단지입니다. 단기간 내 7억원 가량 급락한 셈입니다. 올 8월 청담동에 있는 ‘청담래미안로이뷰’(전용면적 110.2㎡ 기준)는 28억2000만원(5층)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최고가였던 38억원(14층)에 비해 9억8000만원 떨어졌습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강남에서도 집 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당분간 호가가 더 내려가지 않겠느냐며 관망하려는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보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합니다. 올 10월 14~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집코노미 박람회 2022’에서 김효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국장)은 “실수요자들이 과거 저금리 상황을 잊지 못하고 경제 활동 결심을 지연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주택시장의 각종 지표를 봤을 때 절대적인 수치가 위험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습니다.하지만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초입에 들어선 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유동성이 풍부하던 초저금리 시대와는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부동산 조정 국면에서 투자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금리가 다시 내려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기만 기다리다간 상급지 이동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자금 여력 등을 감안해 상급지 이동을 적극 노려야 하는 시기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직장이나 자녀 학교로 이사를 해야 하는 집주인들은 집을 살 매수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신혼부부나 청년층 등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은 가파르게 불어난 대출이자 부담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 값 하락 전망이 확산하면서 매수 시점을 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구입한 이른바 '영끌족'은 매월 내야 하는 대출이자가 크게 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이 아파트 한 채인 고령자들은 집 값 하락으로 줄어드는 자산 가치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경제주체마다 각각의 사정으로 불안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물가 급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0.5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3%에 이른 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입니다.
최근 몇 년 간 집 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20~30대의 아파트 매수가 잇따랐습니다. '사두면 오른다'는 인식이 강한 시기였던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과 맞물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출이자는 빠르게 불어나는데 집 값은 하향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입니다.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금리가 2.50%포인트 오른 만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차입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만 33조원에 육박합니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전망대로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대출금리가 연 8%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저금리에 기대 '영끌'한 차입자들 중 일부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엔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사례가 속출할 전망입니다.
이에 비해 집 값은 하락 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잇단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전국 아파트 값 낙폭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20주 연속 하락하면서 10년1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0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3% 떨어졌습니다. 전주보다 0.03%포인트 낙폭이 확대돼 2012년 5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0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입니다.'부동산 불패'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권도 다르지 않습니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도곡렉슬아파트’(전용면적 134.9㎡ 기준)는 올 8월 42억3000만원(21층)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불과 3개월 전인 올 5월만 해도 49억4000만원(18층)에 거래가 된 단지입니다. 단기간 내 7억원 가량 급락한 셈입니다. 올 8월 청담동에 있는 ‘청담래미안로이뷰’(전용면적 110.2㎡ 기준)는 28억2000만원(5층)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최고가였던 38억원(14층)에 비해 9억8000만원 떨어졌습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강남에서도 집 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당분간 호가가 더 내려가지 않겠느냐며 관망하려는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보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합니다. 올 10월 14~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집코노미 박람회 2022’에서 김효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국장)은 “실수요자들이 과거 저금리 상황을 잊지 못하고 경제 활동 결심을 지연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주택시장의 각종 지표를 봤을 때 절대적인 수치가 위험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습니다.하지만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초입에 들어선 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유동성이 풍부하던 초저금리 시대와는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부동산 조정 국면에서 투자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금리가 다시 내려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기만 기다리다간 상급지 이동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자금 여력 등을 감안해 상급지 이동을 적극 노려야 하는 시기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