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산주 논란' 터진 이유…이해상충법 셀프무력화한 국회

5월 법통과 됐지만 아직 규칙 안만들어 '유명무실'
주식 신고 제대로 안 돼…상임위 배정 전 못 걸러내

"본인한테 불리한 법 제대로 만들겠나" 우려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여의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의 ‘방위산업체 주식 보유 논란’으로 뜨거웠다. 지난 6월 재보선 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한 이 대표는 이후 국방위원회를 상임위로 택했다.

국방위는 방산업체 사업을 허가·관리하는 방위사업청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무려 2억3100만원(매입일 기준)에 달하는 방산주를 보유한 상태에서 국방위 활동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이해 상충이란 거센 비판이 나왔다.이 대표는 총선 출마 전인 5월께 방산주로 분류되는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2개 종목 주식을 매입했다. 민주당은 논란 직후인 11일 “국회의원 선거 출마 결정을 하기 전에 매입한 것이라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가 12일 “국회 등에 백지 신탁 심사를 청구했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계속되는 논란에 이 대표는 13일 결국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지난해 국회가 이해 충돌법 제정으로 떠들썩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논란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국회는 지난해 3월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부동산 투기 사태’를 계기로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이 업무를 하면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5월부터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사적 이해관계를 사전 신고해야 하고, 국회는 이 정보를 공개 및 이해관계가 겹치는 상임위 배정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
대대적으로 법을 고쳤고, 버젓이 시행중인데도 이 대표는 어떻게 국방위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걸까.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규칙을 제정하지 않고 ‘셀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법 시행 전에 만들어졌어야 할 규칙이 제정되지 않으면서 제도가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은 사적 이해관계 내용에 대한 변경 등록 및 공개, 소명자료 제출의 절차·방법·관리 등 세부적인 기준을 국회규칙에서 정하도록 위임했다

주식 신고 역시 이를 핑계로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법은 ‘의원과 배우자 등이 주식 등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단체의 명단’을 밝히도록 했는데 신고기준이 될 ‘비율과 금액’은 규칙에서 정해야 해서다. 이 대표 이외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가족들이 공간정보기술 회사 지분을 보유했지만,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정돼 논란이 됐다. 조 의원은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수주간 공방을 벌이다 결국 지난달 초 보건복지위로 사보임 됐다.국회는 대놓고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데 제3의 기관이나 언론이 견제를 할 수도 없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 국회에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국회는 “정보를 어디까지 어떻게 공개할지 세부적인 규칙이 아직 안 만들어졌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세부 규칙을 만들 때도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2, 제3의 ‘이재명 방산주 논란’ 사태 등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