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이슈에 묻히는 野목소리…'감사원 대응'·민생 챙기기 집중

文 겨냥한 감사원 대응은 친문계 중심 '팩트 체크'로 반격 전망
이재명 등 지도부는 정쟁 대신 '민생·경제' 집중으로 투트랙 행보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 시위에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대여(對與) 공세를 펼쳐 온 민주당의 목소리가 한반도를 뒤덮은 안보 이슈에 묻혀가는 탓이다.

이달 초 민주당의 공세는 윤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더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에 집중됐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연일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하면서 민주당의 이같은 이슈 파이팅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다. 감사원 때리기는 최근까지 '대감(대통령실·감사원) 게이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고삐를 늦추지 않고는 있지만, 윤 대통령 순방 외교 논란은 이미 '철 지난 이슈'가 됐다는 얘기도 당내에서 나온다.

북한 위협에 여권의 강경 대응 기조가 맞물려 정치권에서 안보 문제가 전면에 부상할수록 야당이 움직일 공간은 좁아져 가고 있다.

여당이 북한 도발에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 이에 직접 대응하지 않은 것도 여론이 과도하게 외교·안보에 이슈에 쏠리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원내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를 들고나온 속셈은 뻔하다"며 "우리가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정으로 인한 국정 지지도 악화를 반전시키려는 여권의 '안보 이슈몰이'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그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여권이 어려운 처지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안보 불안을 극대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대화 필요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으로서는 남북 간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것 이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딱히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결국 민주당은 당분간 당내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대감 게이트'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등 감사원 공세에 집중하고, 동시에 지도부는 민생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예산 활동에 집중하는 '투트랙' 행보를 유지할 전망이다.

감사원 이슈의 경우 최종 타깃이 문 전 대통령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만큼 초기부터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야권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직접 관여해 첩보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왜곡함으로써 '자진 월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 중간 감사 결과인 만큼 민주당은 우선 명확한 팩트 체크를 통해 감사원의 발표가 사실이 아님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수 의석의 우위를 활용해 쌀값 폭락 등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정쟁에 골몰하는 모습이 아니라 '일하는 정당'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게 지도부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전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조속한 개정 등을 촉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을 공개한 것도 경제·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회적으로 정부 대응이 미온적임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