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에이즈 전파매개 처벌' 위헌의견 낼듯

헌재에 의견제출 검토…위헌심판 최종결론 주목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의 전파매개 행위를 처벌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약칭 에이즈예방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헌법재판소가 내달 공개변론을 열어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질 계획이어서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헌재의 에이즈예방법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의견을 제출하는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헌재는 2019년 신진화 당시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의 제청으로 에이즈예방법 19조와 25조2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두 조항은 감염인이 혈액이나 체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이들 조항의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현대의학 발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인권위는 "행위 시 범죄 구성요건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명확한 법률로 처벌해야 한다"며 "'체액'과 '전파매개행위'는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하고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어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처벌 조항이 의료제약기술 발달로 에이즈를 전파되지 않을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아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현행 에이즈예방법은 1987년 제정됐다.

인권위는 "꾸준한 약물 치료를 받아 전파위험이 없는 상태일 수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며 "이런 위반행위에 대해서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어 "(현실적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추상적 위험범을 처벌해 달성하는 공익은 모호하지만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감염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는 상당하다"며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두환 위원장은 "유엔 산하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서는 에이즈를 특정해 처벌하는 법이 환자들을 음지로 내몰아 예방과 치료·관리에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인권침해는 물론 정책적 측면의 부작용에 대한 의견도 추가하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인권위는 이 안건을 비상임위원도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