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세상] "차(茶) 우리는 다도가 취미예요"…2030의 새로운 힐링법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힐링'과 '재미'
"현실의 조급함을 차를 우리며 해소하는 것"

직장인 장인철(32)씨의 취미는 '다도'다. 그는 방 하나를 차를 즐기는 방으로 만들어 퇴근 후 차를 직접 우려 마신다.

"직장생활로 지쳤을 때 조용한 방에서 차를 마시며 가만히 있으면, 걱정 없이 깊게 휴식하는 기분이 들어요.

"
장 씨처럼 최근 다도를 취미로 즐기는 20·3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도'를 해시태그로 한 게시물은 11만 개를 웃돌고, '티카페'를 해시태그로 한 게시물도 7만여 개에 달한다.

이들은 다도의 매력으로 '힐링'과 '재미'를 꼽는다. 차를 우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고, 새로운 종류의 즐거움도 느낀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다도를 즐겨 온 박인수(38)씨는 "차의 종류마다 차를 우리는 방법이 다른데, 차 종류에 맞게 잘 우려 좋은 맛을 내는 과정이 일종의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도의 유행은 직접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는 '티 카페'의 인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티 카페 차차티클럽을 운영하는 이현재 대표는 "2030의 젊은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며 "카페 기획에서부터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던 차 문화를 재해석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쉼과 회복에 대한 젊은 층의 수요가 높고, 차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의 유행을 가져온 것 같다"고 했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 티 카페를 찾은 이효정(22)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서 종종 티 카페를 찾는다"며 "집에서도 간단한 도구를 구매해 차를 취미로도 즐기고 있다"고 했다.
20·30 세대들은 다도 문화를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전통 다도 문화에 따르면 찻잔에 차는 7부를 넘지 않게 하고, 오른손으로 잔을 잡고 왼손으로 잔을 받치는 등의 예절을 지켜야 한다.

필요한 도구도 다관(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주전자), 숙우(다관에서 차를 우리거나 예열하기 전에 사용하는 물 식힘 그릇), 차시(차호에서 찻잎을 꺼낼 때 사용하는 수저) 등 17개 정도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20·30 세대들은 전통적인 예절이나 도구를 완벽히 갖추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를 마신다.

차를 우리는 온도나 시간도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하고, 다관과 숙우 그리고 찻잔 정도만 준비해 즐기는 식이다.

취미로 다도를 즐기는 이상욱(34)씨는 "차 문화가 예전에는 다소 경직됐다고 느껴졌는데, 최근에는 개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열린 취미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차의 유행이 20·30세대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 사이의 다도 유행은 경험을 중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최근 젊은 세대들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며 "다도라는 먼 거리에 있던 전통을 주도적으로 경험하려 하는 주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천천히 즐기는 다도가 유행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20·30세대가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함과 조급함이 반영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