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자' 건강보험, 이대로면 6년 뒤엔…무서운 경고

2023년 적자 전환…6년 뒤엔 '고갈'
사진=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이 내년을 기해 적자로 전환하고 2028년엔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급격한 고령화와 더불어 대규모 보장성 강화 정책의 여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 수지는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건강보험 수지는 2018년 -2000억원, 2019년 -2조8000억원, 2020년 -4000억원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병원 방문 감소 등으로 인해 2조8000억원 반짝 흑자를 냈으며 올해도 1조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 수지 적자는 2024년 2조6000억원, 2025년 2조9000억원, 2026년 5조원, 2027년 6조8000억원, 2028년 8조9000억원으로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2400억원인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8년 -6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6년 뒤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의미다.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공개한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작성 자료인 ‘건강보험 재정전망 및 정부지원 법 개정 필요성’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적립금은 21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20조1000억원으로 줄어들며, 2025년에는 15조2000억원으로 약 5조원 줄어든 뒤, 2026년에는 9조4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춘숙 의원은 “2026년 준비금 9조4000억원은 정확히 한 달 분 급여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수지 악화 요인은 급격한 고령화와 보장성 강화 정책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매년 3조에서 4조원대 흑자를 내던 건강보험 수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작된 2017년부터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급격한 고령화 역시 악화의 원인이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보험금을 타가는 노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건강보험 지출 증가율은 9.0%다. 2019년의 경우 지출 증가율이 13.8%까지 치솟았다.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 처음으로 7%대(7.09%)로 올라서는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이 이르면 2027년에는 법정 상한선인 8%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건강보험 누적 적자는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2020~2060 건강보험 장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누적 수지'는 2029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31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 누적 적자는 2040년 678조원, 2050년 2518조원, 2060년 5765조원으로 누적 적자가 급증한다. 이 보고서는 2060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6014조원으로 가정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법 규정이 올해로 일몰한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국민 혈세로 보충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전문가들은 해당연도 예상 지출액에 따라 수입 규모를 결정하는 양출제입 방식으로는 국민 부담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 총지출의 14% 안팎, 보건복지 지출의 40% 안팎을 차지함에도 건강보험 재정이 국회나 재정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하고 건강보험 재정 점검에 나섰다. 건강보험 지출구조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추진단은 10월까지 집중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세부 추진방안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