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의존 이 정도였나' 생활 전반 지장…'되려 편하다' 반응도

16일까지 '먹통' 이어져…업무·교통·금융·사교 등 불편 확산
대체 메신저·플랫폼 설치 시도 증가…"스트레스 없어 편해" 반기기도
업무 처리, 교통편 이용, 금융 업무, 사교생활까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국민 생활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이용자들은 저마다 불편을 호소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도 몰랐던 '카톡 의존도'에 새삼 놀라기도 했다.

이참에 대체 메신저나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시민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카톡이 먹통 되니 오히려 편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업무 목적 소통 '올스톱'…불편, 번거로움 감수
자료 공유나 공지사항 전달 등 이미 업무용 네트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의 마비가 16일 오전까지 이어지면서, 당장 업무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는 불평이 이어지고 있다.주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동료들과 업무 내용을 공유한다는 부산의 회사원 김모(48) 씨는 "아직 PC로는 카카오톡에 접속할 수 없어 PC에 저장해둔 자료를 내 이메일로 보낸 뒤, 스마트폰에서 이메일을 열어 다시 카카오톡으로 공유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감수했다"라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이 꼭 마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민모 씨는 "거래처에서 카톡으로 사진 파일을 다운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주말 PC 접속이 안 돼 이메일로 다시 전송받아야 해 상당 시간 애를 먹었다"라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텔레그램을 사용했다"며 씁쓸해했다.

회사 이메일이 포털사이트 다음과 연동해 있는 제주지역 일간지 기자 진모(33) 씨는 "어제부터 메일 로그인이 안 돼 출입처에서 보낸 자료 확인을 못 하고 있다"며 "오늘은 중요한 자료가 누락되지 않도록 다른 메일로 자료를 받고, 모니터링하느라 평소보다 2배로 시간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제주의 직장인 오모(30) 씨도 "메시지가 오고 가기는 하는데 알림이나 팝업, 안 읽은 메시지 숫자가 안 떠서 수시로 카카오톡을 들어가는데 주말이라 중요한 메시지가 아닌 것들은 포기하기로 했다"며 "주말이 아닌 평일에 먹통이 됐으면 불필요한 업무 메시지에서 벗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에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정기적으로 무료 음식 쿠폰을 발행하고, 바코드 인증을 통해 음식을 제공하는 강원 춘천시 한 식당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영업할 예정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바코드를 보여주시지 않더라도 음식을 드리기로 했으니 영업에 큰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손님들께서 방문 전에 쿠폰 사용 여부를 많이 물어오고 있어 빨리 먹통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교통·금융·사교활동 등 막대한 차질" 불평
주말과 휴일에 필요한 교통이나 금융 서비스, 사교활동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과 손해를 봤다는 불평도 많았다.

카카오페이 예약송금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이 출금 여부를 확인하는 불편을 겪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이모(39) 씨는 "이 서비스를 이용해 부모님께 매달 16일 용돈을 보내드리고 있는데 송금이 되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15일로 예정된 예약송금도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정모 씨는 "오전 일찍 KTX를 타고 서울을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해 광주 송정역에 가려고 했는데, 카카오택시 앱에 오류가 발생해 허겁지겁 집을 나서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열차 시간에 맞춰 가까스로 송정역에 도착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배모 씨는 "전날 저녁 식사 자리를 마치고, 카카오택시를 부르려고 했는데 앱에 오류메시지가 떠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전날 카카오톡 오류 때문에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당장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된 모임 장소를 정할 수 없어 무척 불편했다"며 "오늘 아침 메시지 수신이 재개되자마자 급하게 장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와 주요 기념일이 겹친 일부 이용자들은 당혹감과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이모(29) 씨는 "하필 생일날 카톡에 문제가 생겨 가족이나 친한 지인을 제외하면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거의 받지 못했다"며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계속 점검 중이어서 올해 생일은 아예 마음을 비웠다"고 아쉬워했다.

한 웨딩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진 전송이 되지 않아 본식 때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도 못 받고 있다'라거나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등 불평이 잇따랐다.
◇ '다른 메신저 깔자' 여타 메신저 접속↑…"덕분에 디지털 디톡스" 반기기도
이번 카카오톡 서비스 마비 사태로 대체 메신저와 플랫폼 서비스를 알아보는 시민이 급증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40) 씨는 난생처음 메신저 '텔레그램'을 설치했다.

그는 "사실상 국내 스마트폰 세상을 독과점한 카카오가 이렇게까지 백업 시스템을 마련해두지 않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대안으로 네이버 라인도 고민하다가 아예 외국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지난 15일 오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는 카카오를 제외한 여타 메신저나 플랫폼 서비스 앱을 내려받으려는 이용자의 접속이 이어지고 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카카오 서비스 장애 대란 사태를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대구의 박모(41) 씨는 "주말에도 온종일 업무 카톡에 얽매였는데, 불필요한 카톡으로부터 단절되니 너무 개운하다"며 "이 기회에 아예 10여 년 전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던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반겼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한 40대 주부는 "어제 하루 카카오톡으로 불필요한 대화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며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 되레 좋았다"고 밝혔다.

울산에 사는 정모(42) 씨도 "카카오톡이 왔다는 알림을 보면 회사 업무 때문에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별로 중요치 않은 동호회 단톡방 메시지거나 광고인 경우가 대다수였다"라면서 "카카오톡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면서 반강제로나마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백나용 김상연 김준호 김솔 박영서 노승혁 윤우용 민영규 전승현 김선형 허광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