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친숙함과 기시감 사이 어딘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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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리뷰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뮤지컬로 새 생명을 얻었다. 원작의 대사와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드라마 팬이라면 단번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새로울 것은 딱히 없다. 친숙함과 기시감 그 사이 어딘가. 공연을 보는 내내 양가적 감정이 든다.원작 '사랑의 불시착'은 최고 시청률 21.7%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다. 당시 주연이었던 현빈, 손예진의 '케미'는 매회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실제로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며 최근까지도 화제가 됐다. 슈퍼 IP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뮤지컬 역시 제작 소식만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바다.
드라마 대사·장면 등 오리지널리티 살려
빠른 전개로 16부작 스토리 압축
드라마 팬들 만족시키는 친숙함
배우들 신선한 호흡은 새로워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은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 주연인 리정혁, 윤세리는 물론 서단, 구승준, 조철강, 5중대 표치수·박광범·김주먹·금은동, 북한 장교 사택마을 주부들 등 캐릭터를 드라마와 똑같이 구현해냈다.
디테일한 대사와 행동까지 그대로 구사하는 인물들은 마치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윤세리가 주먹이에게 최지우를 만나게 해준다고 말하거나, 구승준이 티켓을 입으로 찢는 장면 등이다. 한 쪽으로 머리를 땋고 치마에 카디건을 매치한 윤세리의 '북한 룩'도 그대로 재현했다. 드라마 팬들에게는 이런 친숙한 요소가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할 테다.드라마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극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다. 기존 16부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핵심·순차적으로 배치, 간결하면서도 빠른 전개로 풀어냈다. 윤세리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중 북한에 불시착하고, 리정혁을 만나 장교 사택 마을에서 생활하며 겪는 일련의 일들이 꼼꼼하게 극을 채운다. 조철강과 리정혁의 갈등, 윤세리와 친오빠 간의 신경전, 구승준과 서단의 로맨스까지 빠짐없다.넘버는 새로움과 익숙함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각 장면에 어울리는 넘버가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부드러운 멜로디, 감성적인 가사가 주를 이루는 창작 넘버에 젖어들 때쯤, '운명인 듯 우연', '둘만의 세상으로 가' 등 기존 드라마 OST를 편곡한 곡이 나와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원작의 인상이 워낙 강했던 탓에 그대로 끌어온 일부 대사나 장면에서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배우들 간의 호흡은 이를 금세 상쇄시킨다. 임혜영은 손예진 못지않게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민우혁의 반듯한 이미지는 리정혁에 적격이다.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한승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한승윤은 안정적인 보컬은 물론, 차가운 듯 따뜻한 면모를 지닌 구승준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훌륭한 시작이다.
공연은 오는 11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