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가 더 낫다" … OO만이 인플레 해결사인 이유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입력
수정
中 성장률 3% 시대, 美 소비 제로 시대 시작 / 美증시 주간전망대세계 각국이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강달러로 인해 달러표시 부채가 많은 나라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고유가 때문에 생필품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도 부지기수입니다.금리 급등 후폭풍으로 전체 대출 중 변동금리 비율이 높아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국가들도 너무 많습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한 나라들이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끝나야 이런 고통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언제쯤 꼬리를 확 내릴까요. 정점을 찍고 급전직하했으면 좋겠지만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긴축 속도는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IMF 연차총회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이런 흐름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혹자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해야 인플레 정국이 막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성장률이 급락하고 실업률이 급등해야 인플레와의 싸움이 끝날 것이란 예상입니다.지난주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시작된 인플레 주간이었다면 이번주는 경기침체가 화두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 기업의 실적이나 생산 및 부동산 지표 등에서 침체의 그림자가 배여 있을 것입니다. Fed의 경기전망도 장밋빛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큰 행사를 끝낸 중국도 낮은 3분기 성장률을 보며 현실을 직시할 공산이 큽니다. 여전히 불안한 영국은 더 불안한 인플레이션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할 지 모르겟습니다.
'고성장'에서 '고품질'로 바꾼 중국
시진핑 3기 체제의 대관식을 끝낸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미·중 갈등 속 독자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시장의 일말의 기대는 저버렸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는 절대 아니다고 못박았습니다. 무력을 써서라도 대만을 차지하겠다고 재확인했습니다.그리고 변신을 예고했습니다. 고성장 대신 고품질로 변화하겠다는 것입니다.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의 대변인인 쑨예리 선전부 부부장은 "성장 속도는 경제발전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지만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경제발전의 균형·조화·지속 가능 등을 현저히 강화해 고품질·고효율 발전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습니다. 올해 목표였던 5.5% 성장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17일(한국시간 18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내놓습니다. 시장 예상은 3.4%입니다. 올 2분기 0.4%보다는 회복됐지만 1분기 4.8%에 비해선 더 낮아진 수준입니다.GDP나우가 예상한 미국의 3분기 성장률(2.8%)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통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입니다. 올해 전체 중국의 성장률도 3% 초중반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같은 날 나오는 소매판매도 이전에 비해 둔화될 전망입니다. 내수도 않좋은데 그렇다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입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부동산도 냉랭
미국의 침체 전조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경기둔화로 부르든 경기침체로 부르든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우선 부동산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7개월 연속 줄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은 영향입니다. 이 흐름이 9월에도 이어졌을 지 18일에 나오는 기존주택 판매량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어 다음날엔 금리에 더 민감한 신규 주택 지표가 나옵니다. 신규 주택 착공 및 허가건수입니다. 지난달 착공 건수는 전달대비 늘었지만 허가건수는 줄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나온 9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제자리 걸음을 했습니다. 0.3%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보다 낮았던 겁니다. 13개 부문 중 자동차, 가구, 전자제품 등 7개 부문의 소매판매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40여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미국인들이 지갑을 조금씩 닫고 있는 겁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이렇다면 다른 지표는 어떨까요. 17일에 나오는 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과 18일에 공개되는 산업생산 지표를 통해 그 일단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 인플레 또 사상 최악?
우등생에서 열등생으로 추락한 영국은 계속 신음 중입니다. 재무장관 교체로 위기를 타개해보려 했지만 무제한적 채권 매입이 끝난 뒤 여전히 살얼음판입니다.이런 가운데 인플레가 영국을 더 어렵게 만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최대 물가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7월 인플레가 전년 동기 대비 10.1%로 1982년 이후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8월엔 9.9%로 살짝 주춤해 '물가정점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9월에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19일에 나오는 9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다시 10%로 두자리 수를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쳤는데 최근엔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같은날 캐나다 9월 인플레이션율도 나옵니다. 미국이 딱 이랬으면 하는 그래프는 캐나다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캐나다 물가상승률은 6월에 8.1%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7.6%, 8월 7%로 비교적 빠르게 내려오고 있습니다. 7개월 연속 8% 이상을 기록 중인 미국과 대비됩니다.
일본은 19일과 20일에 각각 9월의 무역수지와 물가상승률을 발표합니다.
믿을 건 실적 뿐
어닝시즌도 본격화합니다. 18일 넷플릭스와 골드만삭스 19일 테슬라 등이 주목됩니다.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의 3분기 실적은 3.6%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3분기 실적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만큼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에너지 기업을 빼면 S&P500 기업들의 실적은 오히려 3.1%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침체와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가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가 1% 가량 움직이면 기업들의 실적에 0.5%포인트 정도 영향을 줍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뭔가 경기진작 기대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투자심리가 너무 위축된 것을 감안해 Fed 인사들이 시장을 달래는 얘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찔끔 성장 지표가 나온다고 해 긴축이라는 대세가 바뀌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에선 어닝 쇼크를 통해 미국의 긴축 속도를 늦추는 게 더 현실적인 바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카톡 먹통 사태처럼 짧고 얕은 침체를 겪은 뒤 인플레이션이 가능한 빠른 속도로 완화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