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재개발·재건축이 해답입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우리나라는 고환율, 고물가, 무역적자 등 복합적인 위험 요소로 빠르게 경기침체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모두 비슷한 처지입니다. 미국에서는 6개월 내로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옵니다. 영국도 내년이면 경기침체가 악화할 것이라고 하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지속되는 상황이고 안정되던 유가도 OPEC+의 감산 확정으로 재차 불안해졌습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내년 기준금리를 5%까지 올린다고 하죠. 미국 중앙은행도 소비자물가가 2% 수준까지 하락해야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은행도 한미 금리역전차를 줄이기 위해 11월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것 같다고 전망합니다. 내년에도 금리가 오를 전망인데, 소비자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대외적인 요인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경기 진작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간 각국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건설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경기를 부양하는 것이죠.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여유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공 SOC을 확대하긴 쉽지 않고, 불요불급한 SOC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건설시장 활성화가 바람직한 해결책입니다.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1기 신도시를 포함해 약 200만 가구의 민간 주체 가운데는 규제가 완화되면 낡은 내 집을 새집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습니다. 규제만 적절하게 풀어주면 민간 주도의 대규모 건설 시장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정부의 태도입니다. 정부는 1기 신도시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2024년에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이후 선도사업지구를 선정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5년 이내에 착공할 수 있는 단지가 몇 없게 됩니다.안전진단 완화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투기가 우려된다며 애매한 입장만 표명하고 있습니다. 일부 바닷모래를 사용해 건설된 1기 신도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안전진단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해 건설한 아파트와 비교해 설비와 환경 전체가 노후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향후 몇 년간 투기는 고사하고 경기침체가 가속할 상황이므로, 대규모 건설 시장을 만들어 경기를 부양하려면 향후 3년 정도는 여야가 합의해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혁신해야 합니다. 30년 넘은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향후 3년간 면제하고 바로 사업 승인이 될 수 있도록 해 대부분의 재개발 재건축 단지가 5년 안에 착공되도록 촉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상하수도, 가스, 전기, 통신 등 SOC 시설을 확충하고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도심항공교통(UAM) 버티포트 등 미래도시 관련 시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합니다. 용적률 완화는 1급 장수명 아파트 도입, 공공임대 아파트 도입 등 일정 조건만 부여해 민간에 자율성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적인 절차도 2·4 대책에서 발표했듯 5년 또는 2년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이를 통해 민간 건설시장이 활성화하면 경기침체 상황에서 SOC 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간의 필요에 의한 대규모 건설시장이 생기는 것이기에 투기는 최소화되고 낡은 도시의 미래화는 조금 더 빨라질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잘 판단해서 이러한 정책들을 통해 국내 경제회복을 위한 전환점을 만들도록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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