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이라 장애 대응 안 해"…카카오 직원 글에 '발칵'

카카오 서비스 장애에 직원들 반응도 상반돼
"책임감 가질 필요 없어" vs "밤샘 복구…죄송"
사측·노동조합 "무급 초과근무? 사실 아냐"
사진=연합뉴스
데이터센터 화재로 다수 카카오 직원들이 밤샘 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회연결망 서비스(SNS)에 어떤 직원은 자신이 무급으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직원은 회사를 대신해 공개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초과근무 무급' 논란에 대해 카카오 사측과 노동조합 측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쿨하게 노는 중" vs "죄송합니다"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의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주말 밤늦게까지 판교 사옥 전 층에 불이 켜져 있는 사진이 SNS에 퍼지기도 했다.
출처= 블라인드
아직 카카오가 서비스 복구에 한창이던 지난 16일 19시경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가 장애 대응 안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올린 카카오 직원 A씨는 "토요일은 무조건 무급. 주말이라도 16시간까진 무급"이라면서 "나라 구하는 보람으로 하는 일도 아니고 오너도 자본주의를 좋아한다는데 책임감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장애 대응 보상 가이드라인 물어보니 무급 맞다길래 쿨하게 노는 중. 돈 쓰기 싫으면 서비스 터지는 게 맞지. 지금 장애 대응 하는 분들 다 무급으로 일하는 거 맞음"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네티즌들은 "그 시간 일 안 할 거면 포괄 임금 받은 것도 토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저런 마인드 때문에 회사가 망해 가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출처= 고파스
그런가 하면 17일 밤 12시 고려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카카오 개발자라고 밝힌 이 글쓴이 B씨는 "카카오 개발자인데 죄송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잠 못 자고 장애 대응한 지 30시간이 넘어가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B씨는 "너무 힘들지만 복구에 힘쓰고 있다. 얼추 시스템은 정상화되어가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구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면서 "제가 대응하는 쪽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 잠시 뉴스도 보고 고파스도 들어와 봤는데 생각처럼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으셨다. 죄송하다"고 했다.그러면서 "개발자로서 많은 사람이 쓰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살았다"면서 "이제 와서 생각하니 모자란 부분도 많았다. 한낱 직원일 뿐이라 사과하고 싶은데 어디에 할 곳도 없고 고파스에 해본다"고 덧붙였다.

"밤샘 근무인데 무급? 사실과 달라"

한편 한경닷컴 취재 결과 A씨가 주장한 무급 근무는 현 사태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는 격주 단위 '놀금'(출근하지 않는 금요일)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주 5일 기준 의무 근무 시간이 40시간이 아닌 36시간이다. 따라서 월간 근무 시간은 16시간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경우, 카카오 기준 16시간 추가 근무는 의무 근무 시간 40시간을 하게 되는 셈이기에 16시간까지는 별도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회사는 이번 사태에 추가 근무를 한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야간·휴일 수당은 별도로 지급한다. 이번 상황의 엄중함과 긴급함을 감안한 별도의 근무 가이드라인도 발표 예정이다"며 "격주 '놀금' 및 연장·야간·휴일 근무할 경우 조직장 재량으로 특별 휴가를 부여한다"고 전했다.

카카오 노동조합도 "화재 발생 이후 카카오와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들은 서비스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지금까지 긴급 대응체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카카오노동조합에서는 장애 복구에 방점을 두고 임직원에게 필요한 지원이 있는지 회사와 긴밀히 논의 중이다. 일부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장애 대응 보상이 전혀 없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