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생애 첫 MVP 받을까…울산, K리그 대상 후보로 제출

기록·임팩트서는 처지지만 '원팀 울산' 만든 일등공신
그토록 바라던 17년 만의 K리그 우승을 차지한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캡틴' 이청용을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내세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7일 K리그 대상 후보선정위원회를 열어 부문별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울산 관계자는 "팀 주장이자 우승 기여도가 높은 이청용을 후보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K리그 대상 시상은 각 팀이 부문별 후보자를 제출하면 후보선정위가 4배수를 후보로 추리고, 각 팀 감독과 주장, 미디어 투표로 수상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감독상과 MVP는 우승팀에서 가져가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이청용이 현재 가장 유력한 MVP 후보나 마찬가지다.
울산이 이청용을 선택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엄원상이 유력해 보였다.

엄원상은 팀 내 최다 득점(12골), 최다 도움(6도움)을 기록 중이다.

'임팩트'를 따지자면 마틴 아담을 첫손에 꼽을 법하다. 여름에 울산 유니폼을 입은 아담은 우승의 9할을 결정지은 전북과 마지막 맞대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극장골'을 연사해 2-1 역전승에 앞장섰다.

강원FC전에서도 1골 1도움을 올리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울산의 선택은 이청용이었다.

이청용은 기록(2골 2도움)에서 엄원상에게 크게 못 미친다.

아담만큼 인상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사실상의 팀 최고참으로서 울산의 구심점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고, 이게 17년 만의 우승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구단 내부의 평가다.

매번 '뒷심 부족'으로 우승을 놓치던 팀이 2020년 3월 이청용을 영입한 뒤 조금씩 '끈끈한 팀'으로 거듭났다고 구단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16일 강원과 원정 경기(울산 2-1 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이청용에게 주장 완장을 채우면서 팀의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어려운 경기에서 활약이 더 빛났다"면서 "이청용이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생각도 같았다.

엄원상은 "(이)청용이 형이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주장 중에 가장 역할을 잘해 줬다"고 말했다.
울산은 선수 실력의 물리적 총량에서는 전북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챔피언이 되기에는 '화학적 결합'이 약했다.

이를 이뤄낸 '촉매'가 바로 이청용이다.

그간 우승하지 못한 팀 선수가 MVP를 받은 것은 6차례뿐이다.

이청용의 생애 첫 K리그 MVP 수상은 유력해졌다.

게다가 이번 울산 우승은 2010년대부터 공고했던 '전북 천하'를 끝냈다는 상징성이 있어 이번 대상 시상식에서 '울산 잔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포항에서 프로로 데뷔한 1992년 MVP를 거머쥐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은 박경훈(1988년 MVP·2010년 감독상) 대한축구협회 전무, 최용수(2000년 MVP·2012년 감독상) 강원 감독에 이어 K리그 MVP와 감독상을 모두 받는 3번째 축구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승팀 사령탑이 감독상을 못 받은 것은 3차례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