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규제·밖에선 상폐 리스크…'내우외환' 中 빅테크 운명은

시진핑 장기집권, 중국은 어디로 (6)
공동부유
2020년 11월 중국 금융당국은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상장을 전격 중단했다.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2년 동안 빅테크 중심의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60%가량 하락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국내외에선 경기 하강과 실업률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풀 것이란 전망이 종종 제기됐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와 공동부유를 다시 강조한 것을 볼 때 빅테크의 고초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다시 우세해졌다. 시 주석은 전날 연설에서 "사회주의 기본경제제도를 개선하며 공유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자원 배분에서 정부의 역량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공유제(민간) 경제 발전을 독려하고 지원하고 지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경제 발전도 언급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을 발언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분배 정책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빅테크 규제의 이념적 기반인 공동부유 기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취 블름버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규제와 함께 세금 부담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지목하며 전방위로 압박해 왔다. 특히 알리바바(전자상거래), 텐센트(소셜미디어 위챗), 메이퇀(음식배달), 디디추싱(승차공유) 등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규모 고객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한 플랫폼 기업들을 집중 견제했다. 반독점법을 14년 만에 개정해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 수위를 높였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과 인수합병(M&A)을 과거 사례까지 조사하고 나섰다. 주된 수익원인 금융업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고객 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해당 부문을 분사해 국유기업과 합자 회사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앤트그룹과 임원 겸임을 해소하는 등 관계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당국의 지도에 따라 결제, 소액대출, 자산운용, 데이터관리 등으로 분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을 진행했음에도 상장 허가는 아직 소식이 없다.

텐센트는 '반 알리바바 연합'을 구성했던 징둥, 메이퇀 등의 지분을 처분했다. 짧은 동영상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상장 작업을 중단한 데 이어 베이징시 국유기업에 주력 계열사의 지분과 이사 자리를 헌납했다. 바이트댄스, 징둥, 핀둬둬 등의 창업자가 차례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한 중국인 기업인은 "시진핑 집권 3기인 향후 5년 동안 상당수 기업이 국가 통제 아래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리스크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의 회계감독기구인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지난달 19일부터 홍콩에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 검증을 시작했다. 미국이 2020년말부터 시행한 외국회사책임법에 따른 조치다.

외국회사책임법의 핵심은 그동안 미국의 회계 검증을 면제받아온 중국 기업에 대한 특례를 없애고, 미국이 직접 회계 적정성을 검증하지 못한 기업은 퇴출시키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 정보의 해외 반출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양국은 회계 감독권을 두고 협상을 벌인 끝에 홍콩에서 중국 금융감독 당국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기준에 맞도록 자료를 충실히 제공해야 하며, 또 매출 부풀리기 등 회계 투명성도 갖춰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1년 회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중국 기업 명단(상장폐지 예비 리스트)을 지난 2월부터 업데이트하고 있다. 현재 171개 기업이 예비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등 빅테크와 웨이라이(NIO), 샤오펑, 리샹 등 중국 전기차 신세력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11월 초까지 2021년 자료에 대한 검증을 마쳐야 1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라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현행 외국회사책임법은 2021~2023년의 3개년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하도록 하고 있다. SEC는 이 기간을 2021년과 2022년, 2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법안 처리에 동의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현재 홍콩에서 진행 중인 회계 자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 2022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확정되는 내년 초에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중국의 유망 스타트업들은 본토 증시의 까다로운 규정을 통과하지 못해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중국 유망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