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무기고' 어플라이드…"패키징 기술이 새 전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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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량을 이용해 남동쪽으로 40여 분(50㎞)을 달리면 실리콘밸리의 소도시 서니베일과 샌타클래라가 나온다. 이곳에는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본사와 연구개발(R&D)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1967년 설립된 어플라이드는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원자 단위 재료공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지난해 매출은 28조원에 달했다. 이 회사 장비는 증착, 식각, 급속 열처리, 이온 주입, 측정, 검사, 패키징 등 반도체 제조의 전 과정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 ‘올라운드플레이어’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 19개국에 115개 사무소를 두고 2만7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한경-서울대 공대 공동 기획
(5)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의 R&D센터
10억달러 들여 만든 최첨단 시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장비 탄생
年 1억弗 재투자로 '초격차' 유지
세계 최고 장비 모아놓은 실험실
모든 '경우의 수' 곧바로 테스트
고객사의 제품 출시기간 확 줄여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CEO
"슈퍼 모바일과 스마트카 시대
異種 반도체 묶는 기술이 중요"
어플라이드의 ‘심장’으로 불리는 메이단 R&D센터는 10억달러가 투자된 최첨단 시설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장비가 탄생한 곳이다. 후발주자들과 최소 2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억달러를 R&D에 투자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테스트와 개발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객사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시키는 ‘반도체의 마법사’로도 통한다. ‘반도체 장비의 아버지’ 단 메이단 명예회장의 이름을 센터 이름으로 내걸 정도로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지난달 21일 메이단센터 3층으로 올라서자 가이드를 맡은 션 강 어플라이드 연구원(박사)은 사진 촬영 금지를 신신당부했다. 세계 최고의 장비를 한데 모은 거의 유일한 장소여서 작은 이미지 하나라도 유출을 금한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창문은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특수 유리로 제작됐다. 보안 담당자는 어플라이드 직원들까지 예외 없이 삼엄하게 신분을 확인했다.
내부 랩에는 육중한 기계들이 수천 개의 복잡한 선으로 줄줄이 연결된 채 빼곡히 배치돼 시선을 압도했다. 방진복으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모니터를 보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최첨단 장비 제조의 최전선에 와 있음을 실감케 했다. 션 연구원은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모든 장비가 집약됐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테스트하고 바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정 혁신의 최정점에 메이단센터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 공장인 동시에 실험실이기 때문에 고객사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들고 와 이곳에서 모든 테스트를 할 수 있다. 500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24시간 일하며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있는 데다 첨단 장비 120대, 계측·검사 장비 80대를 갖추고 있어 가능하다.메이단센터에서 만난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차세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묻자 “반도체업계 간 이종 결합을 가속화하는 기술”이라고 답했다. 반도체 패키징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패키징은 제조된 반도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포장하고 회로에 있는 전기선을 외부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후공정이다.
그동안 대다수의 반도체 기업은 성능 향상을 위해 전 공정에서 회로 선폭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10㎚(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세화만으로는 효율을 올리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이때 어플라이드는 패키징에 주목했다. 패키징 기술이 발전할수록 칩 크기 축소와 절전, 시스템 효율성 향상 등을 꾀할 수 있어서다. 최근 반도체 기술경쟁은 초미세공정에서 첨단 패키징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갈수록 정밀해지는 기술에 폭증하는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는 성능이 요구되면서 어플라이드는 ‘3D 적층기술’ ‘이종 집적화’(제조사·기능·기판 크기 등이 다른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 등 후공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샌타클래라=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