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 강요받는 한국…美기술 없인 中시장도 보장 안된다"

茶山경제학상 수상자에게 듣는다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

韓, 서방기술 접근 계속 유지해야
中에 대한 협상력·가치 높아져

韓 구매력 美의 70% 수준 도달
저출산·고령화 해결하지 못하면
20년째 70%인 日처럼 될 수도

금리만으론 물가 잡기 어려워
공급측 처방으로 막는 것도 필요


윤참나 서울대 교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진 상황
가계부채 연착륙 정책 준비해야
‘제41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왼쪽)와 ‘제1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윤참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7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미국 등) 서방의 기술 없이는 중국 시장도 보장이 안 됩니다.”(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외부 충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도록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합니다.”(윤참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국내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인 ‘제41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이근 석좌교수와 ‘제11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윤참나 교수는 17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에 이 같은 조언을 내놨다. 이 석좌교수는 특히 “일본은 (1인당 구매력지수가) 미국 대비 70% 수준에서 20년째 멈춰 있다”며 “한국은 이제 70% 수준으로 왔는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혁신과 함께 여성 고용률을 높여 노동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모두 한국이 필요”

두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 위기이자 기회로 미·중 갈등을 꼽았다. 이 석좌교수는 “미국의 반도체법 발효로 중국의 반도체산업과 기업의 추격 및 성장,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중국이 기술 자립화에 성공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석좌교수는 “현재 시장은 중국이 크고, 기술은 미국과 서방에 의존하는 이중구조가 한국 경제의 딜레마”라며 “한국은 서방의 기술 접근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기반해 중국 시장도 존재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는 한국이 중요한 기술 흡수 통로”라며 “한국이 서방의 기술에 계속 접근할 수 있을 때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가치가 커지고 우리의 협상력도 높아진다”고 했다.윤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며 “특히 첨단기술 자립화를 위한 산학 협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두 경제학자는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석좌교수는 “핵심 변수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어떤 형태로 지속되느냐”라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올리는 데 대해선 “이자율(금리) 상승 자체가 비용 상승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가중한다는 비판도 있다”며 “최대한 공급 측 원인이 되는 인플레이션 부분을 공급 측 처방으로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원유 의존도 등을 포함한 경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달라 과거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계부채 연착륙 정책을 잘 준비해 경기 하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두 경제학자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저출산·고령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석좌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계속 줄어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여성의 노동 참여를 독려해 노동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선진국은 여성 고용률이 80%대지만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6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낮다”며 “단기적 노동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은 복지 정책이자 성장 친화적 정책”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여성이 출산 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여성의 노동 참여를 높이는 걸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성장의 원동력인 민간 부문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조미현/정의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