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이강철 감독 "박영현, 오늘 가장 믿을만한 투수였다"

이강철(56) kt wiz 감독의 머릿속은 현역 시절 부드러웠던 투구 동작만큼이나 유연하다.

이 감독은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도 '유연하게' 마운드 운영을 했고, 과감한 결단도 내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kt는 선발 웨스 벤자민(7이닝 5피안타 무실점 9탈삼진)과 박영현(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투수 두 명으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뒤 이강철 감독은 "사실 1차전 선발로 벤자민을 고민하긴 했다.

그런데 상대 1차전 선발이 안우진이어서 '우리가 점수를 못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벤자민을 2차전 선발로 정했다"며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을 잡으면 3, 4차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총력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감독은 '선발 요원'인 고영표를 중간 계투로 대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진행 상황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이 감독은 8회에 신인 박영현을 투입했다.

애초에는 박영현에게 8회까지만 맡기고, 9회에는 고영표를 투입할 생각이었다.

곧 이 감독은 '3차전'을 떠올렸다. 고영표를 17일 2차전에 내보내지 않으면, 3차전 선발 걱정이 사라진다.

이 감독은 곧 '8회 박영현·9회 김민수'의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박영현이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아예 9회까지 박영현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감독은 "오늘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가 박영현이었다.

한 점 차면 고민이 더 컸을 것 같은데, 두 점 차여서 박영현에게 끝까지 맡겼다"며 "박영현이 정말 잘해줬다.

고맙다"고 웃었다.

박영현은 이 감독의 유연한 결단 덕에 포스트시즌 역대 최연소 세이브(19세 6일) 기록을 세웠다.

고척 방문 2연전을 1승 1패로 마친 kt는 19일과 20일 홈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3, 4차전을 치른다.

이날 아낀 고영표는 3차전 선발로 내정했다.

이강철 감독은 "수원 홈 팬들 앞에서 준PO 경기를 하게 돼 설렌다.

'우리 선발이 우위'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선발 투수들의 휴식 일자가 잘 맞아 돌아간다"며 "선발 투수 믿고 경기하겠다. 홈 팬들께서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새로운 출사표를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