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에 눈물짓는 푸르밀 직원 "첫 직장이었는데…"

사진=프루밀
"가나 초코우유를 사랑했던 마음이 이끈 푸르밀은 제 첫 직장이었습니다. 이제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집니다.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주셨던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17일 범(汎)롯데가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 대상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직장인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프루밀 직원들의 글과 아쉬움을 표하는 소비자의 진심 어린 글들이 쏟아졌다. 푸르밀 직원 A씨는 "소비자가 아닌 관리자로 나의 추억과 애정이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렜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다"며 "가나 초코우유, 검은콩우유, 비피더스 같이 잘 나가던 제품도 몇 년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직원들의 의욕도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치이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문을 닫게 되어 많이 아쉽고 슬프다"며 해고 통보에 대한 아쉬운 심정을 드러냈다.

A씨는 "가장 아쉽고 속상한 건 우리 직원들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억이었다고 말해주는 소비자들에게 참 고맙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면서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생산 중인 물량까지는 판매될 예정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가나 초코우유는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음료였는데 너무 아쉽다", "사라지기 전에 얼른 대량 구매에 나서야겠다", "해고 통보라니 직원들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프루밀이 밝힌 사업 정리 및 전 직원 해고 통보문. /푸르밀
푸르밀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일은 오는 11월 30일이다. 정리해고 대상은 일반직과 기능직 전 사원 총 370여명이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달까지 LG생활건강과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되며 사업 종료가 가시화됐다.

푸르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이 감소했고 적자가 누적됐다.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부득이한 사업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에 푸르밀 노조는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푸르밀은 2009년 이후 실적이 개선되며 2017년까지 줄곧 수십억 원이 넘는 매출, 영업이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에는 123억원으로 적자 폭이 매년 늘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