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필두로 잘 나갔는데…"더 이상 '따상'은 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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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쑤는 제약·바이오 IPO 시장2년 전 SK바이오팜이 띄운 공모주 열풍이 무색하게 제약·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부진한 증시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부각되면서 제약·바이오주는 가장 먼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유독 부진한 제약·바이오 IPO
금리 인상·경기 침체 '치명타'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9곳(애드바이오텍·바이오에프디엔씨·노을·보로노이·루닛·에이프릴바이오·선바이오·알피바이오·비스토스)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날 상장하는 샤페론까지 합하면 총 10곳이 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0곳)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상장은 했지만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에서 확정하거나(루닛) 몸값을 낮춰 상장(보로노이)한 업체도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상장사 9곳 중 알피바이오와 비스토스 2곳을 제외한 기업이 모두 공모가를 한참 밑돌고 있다.
애드바이오텍은 공모가 대비 51.5% 주가(전일 종가 기준)가 떨어졌고, 바이오에프디엔씨(-43.4%), 노을(-51.7%), 보로노이(-44.3%) 등도 반토막 수준을 나타냈다. 코스닥 제약 지수는 연초 대비 37.1%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가 32.6% 떨어진 것보다 낙폭이 컸다.
샤페론도 IPO 과정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달 6~7일 일반 청약에서 한자릿수 경쟁률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앞서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선 경쟁률 25.94대 1을 기록, 공모가를 희망가 하단보다 39% 낮은 5000원에 확정했다.
귀한 대접 받던 제약·바이오주…'찬밥 신세' 전락
2년 전까지만 해도 제약·바이오 기업은 IPO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SK바이오팜 역할이 컸다. 상장 직후 이른바 '따상상상'을 기록하면서 차기 공모주 청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따상상상'이란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높은 가격에 형성된 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유동성이 풍부했던 가운데 당시 자사주를 받은 직원 10여명이 평균 16억원의 수익을 올린 뒤 퇴사했다는 소식은 투자심리를 더 자극했다. 이는 제약·바이오 섹터는 물론 IPO 시장 전반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지난해까지도 제약·바이오 IPO 시장 분위기는 좋았다. 코스피가 3300선을 웃돈 증시 호황기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그 해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을 달성했고, 총 22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IPO 시장에 유통 가능한 자금이 고갈된 데다 투자심리 또한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는 제약·바이오 IPO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성장주 특성이 있는 제약·바이오주에 금리 인상기는 특히 치명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주는 위험 요소가 있다 보니 투자자들이 가뜩이나 없는 투자금을 선뜻 투자하긴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신라젠·코오롱티슈진 등 제약·바이오주들이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면서 제약·바이오주에 대하 신뢰가 낮아진 점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시기 주가가 급등했던 건 2015~2020년 이뤄졌던 연구개발(R&D)에 대한 기대감과 삼성바이로직스 등 바이오 업체들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백신 등 업계 전반에 투자금이 몰렸고, 업체들이 당시 내세운 신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당시 바이오업계 호황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것들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데다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이 당시 주가 급등이 거품이었다고 보고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보령바이오파마, 동국생명과학은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시장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플라즈맵, 인벤티지랩, 디티앤씨알오 등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2조 규모 IPO 대어' 바이오노트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해순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의 성장 사이클은 2024년부터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주가가 낙폭이 워낙 크다 보니 그전에 반등의 기회는 올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