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부자감세? 개념부터 틀렸다…英 트러스와 전혀 달라"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새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관한 '부자감세' 지적에 관해 "개념부터가 틀렸다"고 말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과의 비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 트러스 총리의 무리한 감세안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의 감세안과는 맥락이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처럼 감세 철회? 한국과 전혀 달라"

한 총리는 트러스 정부의 정책이 단순 감세안이 아니라, 대규모 재정 살포를 추가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 총리는 "영국은 감세로 인해 30억달러 규모의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2년간 15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라며 "시장에 국채를 파는 것 말고는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없으니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공개적으로 경고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대응하고 있는 것에도 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 감세와 지출 구조조정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이 영국과 다른 점이라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한국은 법인세 등을 감세하지만 동시에 재정지출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역화폐 예산을 8000억원 가량 삭감하고, 정부 세금 일자리를 민간 일자리로 전환하는 정책 등을 소개했다.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대해선 "개념부터 틀렸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인세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의 세금 부담 감소율이 더 크고, 상속세 혜택도 이들에 집중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총리는 이같은 한국의 정책이 과거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경제정책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총리는 "레이건 대통령은 감세를 하면서 끊임없이 작은 정부를 추구했다"며 "생산성 높은 경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감세, 지출 구조조정, 규제개혁을 함께 해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러스의 정책은 레이건 전 대통령은 물론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정책과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규제는 시장경제 활성화 위한 최소한의 지침 마련 수준"

카카오 사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기존의 규제 완화 방안을 되돌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장경제를 창달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침을 만들어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한 불법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주의, 연대, 시장경제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별도의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봤다. 기존의 법률로 규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가기간통신사, 방송사 등처럼 카카오 등 부가가치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사업자 등 IDC의 경우도 재난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조치는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실 안보실 등에서 이를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는 앞서 국무회의에서는 카카오 서비스 불통과 관련해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의존도가 높은 기술과 서비스는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 보호 의무와 책임 또한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전된 기술의 외형에 걸맞는 운영의 내면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또 "네트워크망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의 일상이 마비되고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며 "결코 안일하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고도 했다.지난 16일(현지시간) 중남미 순방 후 귀국 간담회에서도 카카오 사태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리스크 관리를 좀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미래에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백업 장치도 필요하다"며 "대개 보면 단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것을 놓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