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사실과 직업 속인 아내…혼인 취소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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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로 직업 속였지만 노래방 도우미로 일해"교제 중이던 여자친구의 임신 사실과 직업에 관한 거짓말에 속아 혼인신고를 마친 남성이 이를 없던 일로 되돌리고 싶다고 호소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임신했다는 여자친구의 거짓말에 속아 혼인신고를 했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A씨는 사진동호회에서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고 “나이가 저보다 한 살 연하라는 것, 직업이 미용사라는 것만 알고 인사 정도 했을 뿐인데 여자친구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귄 지 한 달 쯤 되었을 때 술을 마시며 데이트를 했다”며 “술이 약한 저는 금방 만취해 여자친구가 저를 모텔로 데려갔다”고 했다. 만취했던 A씨는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A씨는 “한 달 뒤 여자친구가 제 아이를 임신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며 “초음파 동영상 사진도 있었고, 출산예정일도 알려줬다”고 했다. A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혼인신고를 하자”는 여자친구의 요구에 따라 혼인신고를 마쳤다. A씨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그 후였다. 아내의 출산이 계속 미뤄졌고, 급기야 아내는 “아기가 장애로 나올 확률이 90%라고 하니 중절수술을 받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아내의 말을 믿을 수 없어 초음파동영상에 나온 산부인과를 직접 방문해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A씨의 아내는 임신한 사실이 없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아내는 “A씨와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임신을 했다고 해야 혼인신고를 해줄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던 것.
아내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아내가 직업까지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아내는 미용사가 아니라 노래방에서 도우미 일을 하고 있었다”며 “저는 아내의 거짓말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을 한 아내를 용서할 수 없고, 아내와의 혼인을 유지할 수 없다”며 “혼인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순 없느냐”라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최지현 변호사는 “혼인취소소송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이혼, 혼인무효소송, 혼인취소소송이 있다”며 “우선 혼인 무효소송은 판결이 확정되면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게 된다”고 했다. 다만 “당사자 간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을 때나 당사자들이 근친혼관계일 때 등에만 혼인무효소송이 가능하도록 법에서 엄격하게 요건을 정해놓고 있다”라며 “이 사연의 경우에는 위 요건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혼인 무효 소송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혼인취소소송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법 816조 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혼인 취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여기에서 ‘사기’ 부분은 혼인 의사를 결정시킬 목적으로 혼인 당사자에게 허위사실을 고지하거나 말했어야 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에게 착오를 일으켜서 혼인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혼인취소 사유의 사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속이거나 알리지 않은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인정되어야 상대방을 기망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최 변호사는 “이 사연의 경우 만약 임신이 아니었다면, 노래방 도우미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방을 기망했다고 봐 혼인취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 취소소송은 취소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며 “이 부분 유의하셔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