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하이팅크 1주기에 듣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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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오는 21일은 네덜란드 지휘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1929~2021·사진)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65년간 오직 지휘 한길을 걸은 그는 명료하고 견실한 해석과 신뢰감을 주는 지휘로 명성을 얻었다. 거장이면서도 겸손하고, 연주자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음악계의 존경을 받았다.
음악적 성격이 상반된 말러와 브루크너에 모두 정통한 지휘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두 작곡가는 음악이 너무 달라서 매력을 느낀다”며 “말러는 언제나 나를 두렵게 하고 흥분시키는 반면 브루크너는 언제나 마음의 위안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하이팅크는 노년에 주로 브루크너를 연주했다. 90세인 2019년 ‘안식(sabbatical)’을 선언한 뒤 베를린필하모닉, 빈필하모닉 등과 한 은퇴 공연과 마지막 무대였던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곡도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었다.하이팅크 1주기를 추모하는 음악으로 7번 2악장이 제격이다. 브루크너가 당시 존경한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며 작곡했다고 알려진 악장이다. 느리고 긴 아다지오 선율이 20분 넘게 흐른다. 바그너가 만든 금관악기인 ‘바그너 튜바’가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처음 사용됐다. 묵직하고 어두운 음색의 바그너 튜바와 비올라가 함께 연주하는 주제 선율이 장엄하고 숭고한 느낌을 준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