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해 피격' 서욱·김홍희 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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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넉달만에…文정권 정조준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6월 유족으로부터 이 사건 관련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선 지 약 4개월 만에 처음 시도하는 관련자 신병 확보다. 검찰의 수사 칼끝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안보라인 윗선을 본격적으로 겨냥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 前 장관, 군사 기밀 삭제 후
합참보고서에 허위 내용 지시
김 前 청장, 이 씨 월북 속단 뒤
상반된 사실 은폐·조작 혐의
검찰, 수사 범위 윗선 확대할듯
‘월북몰이’ 정황 드러나나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18일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13~14일 소환 조사에서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자 이들에 대한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서 전 장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스스로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정황을 담은 군사 기밀을 삭제하고 합참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적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관계장관회의가 종료된 직후 서 전 장관의 지시로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과 국가정보원 자료 46건이 삭제됐다.
김 전 청장은 정황이 확실하지 않음에도 이씨의 월북을 속단하고 이와 상반된 사실은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씨 사망 전후 실종자 수색 및 사건 경위 수사를 총지휘했다. 최근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설을 부인하는 증거로 그가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난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발언했다고 지목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발언은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씨가 중국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얻어 입었다는 게 사실일 경우 ‘의도적 월북’이 아니라 ‘우발적 추락’이란 정황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윗선 수사 본격화 예고…文 향할까
검찰이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수사 범위를 윗선으로 빠르게 넓혀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만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 전 실장은 이씨 피살 직후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인물이고, 박 전 원장은 회의 주요 참석자 중 한 사람이다.수사팀은 국가안보실 주도로 국방부와 국정원 등이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기 위한 증거 은폐와 조작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월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이 윗선 수사를 본격화하면 향후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겨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의 ‘청부 감사’ 결과에 호응하듯 5일 만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다”며 “전 정권 모욕 주기도 이 정도면 도를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과 검찰의 긴밀한 협조 관계하에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감사원이 검찰 대신 장애물을 미리 치워주고 검찰이 (그렇게) 깔린 길 위를 간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감사원이 대통령실 지휘를 받아 이번 사건을 감사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유족께 석고대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며 “문 전 대통령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상범 의원은 “표류 상황을 알면서도 국가가 어떤 구호 조치도 안 하면서 이씨가 사살당했는데 그 후엔 월북 몰이가 진행됐다”며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를 총지휘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증거와 법리를 좇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