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K푸드' 승부 건 CJ제일제당…식물성 식품으로 新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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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CJ제일제당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시장 공략의 주력 제품이었던 만두의 뒤를 이을 ‘차세대 K푸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1년에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품목인 만두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만두 등 글로벌 전략제품 선정
가공밥·김·K소스도 고속성장
전략제품별 6개 조직 만들어
식물성 소재 'TVP' 독자 개발
고기 버금가는 육질·육즙 구현
떡갈비 등 선보이며 제품 확대
'플랜테이블' 수출 20개국 이상
○‘넥스트 만두’ 찾아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넥스트 만두 후보군을 정하고 ‘글로벌 전략제품(GSP:Global Strategy Product)’이라고 이름 붙였다. 글로벌 진출의 맏형격인 만두를 비롯해 가공밥, K소스, 치킨, 김치, 김 여섯 개 품목이 여기에 포함됐다.GSP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별도 조직도 꾸렸다. 제품별로 6개의 조직을 신설했다. 각 조직의 사업 독립성은 강화했다. 올해 초에는 식품사업 전체 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 식품 사업으로 분리했다. 이 가운데 GSP 조직은 글로벌 HQ 산하의 식품 성장추진실에 편제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만두는 이미 해외에서 주류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핵심 5개국(미국·한국·중국·일본·유럽)을 정해 사업 대형화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2025년까지 미주지역에서만 만두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최근 ‘K푸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제품은 가공밥이다. CJ제일제당은 2025년 1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가공밥 시장을 겨냥해 지난 4월 ‘비비고 멀티그레인’을 출시했다. 수출국도 확대하고 있다.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공밥의 누적 매출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5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매출은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김과 K소스는 현지화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밥과 같이 먹는 반찬이 아닌, 간식류로 김을 즐기는 해외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쌀과 함께 튀겨낸 ‘김스낵’을 선보인 것이 그런 사례다. 음식을 소스에 찍어 먹는 ‘디핑(dipping)’ 문화에 익숙한 소비자를 겨냥해 출시한 ‘갓츄(GOTCHU·고추장 핫소스)’, ‘찍장(찍어먹는 쌈장)’ 등의 제품도 있다.
○‘식물성 식품’ 사업 본격화
CJ제일제당은 최근 식물성 식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식물성 식품은 고기와 생선, 우유 등 모든 동물 유래 식품을 식물 소재로 대체한 식품을 뜻한다.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매년 평균 두 자리 수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8%가 윤리·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채식을 하고 있다. 동물복지를 넘어 건강·영양·친환경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면서 식물성 식품이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이고, 수출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7월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떡갈비와 함박스테이크 제품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독자기술 적용
최근 출시된 신제품에는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를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개발 및 적용했다. 이 소재는 대두·완두 등을 자체 공법으로 배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이다. 차별화한 연구·개발(R&D) 역량과 제조 기술을 통해 단백질 조직들이 촘촘히 엉겨 붙도록 해 실제 고기에 버금가는 육질과 육즙을 구현했다.CJ제일제당은 최적화한 식물성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천 2공장에 연 1000t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향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육류가 함유된 가정간편식(HMR) 대부분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식물성 식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이미 존재하는 성공공식을 따라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wer)’보다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