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재정 운용, 상식이 답이다

초중고에 교부금 쏠려 대학 허덕여
합리적인 배분 방안 머리 맞대야

김우승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위원장·한양대 총장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 출산율, 초고령화 가속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의지와 지혜를 모아 극복해야만 할 과제다. 요즘 교육재정과 관련한 이슈로 관련 주체들 간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런 상황일수록 이치에 맞게 생각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없다면 모를까 남는 것을 서로 나누어 상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초·중등교육 지원에 편중된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불균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 속내를 조금만 더 꼼꼼히 살펴보면 답답할 지경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가 자동 편성되기 때문에 세금이 늘면 수요와 상관없이 증액되는 구조다.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고교에 써야 할 돈은 줄고 있는데 세수가 늘면서 교부금 액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니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적립금이 이미 2021년 말 5조4041억원이 쌓여 있고, 올해도 약 14조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약 19조원에 달할 전망이다.올해 전체 교부금 81조3000억원 가운데 17%에 해당하는 14조원은 쓰이지 못하고 고스란히 적립될 지경이다. 반면 올해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교육 관련 예산은 11조9000억원으로 전체 교부금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대학지원 총예산이 초·중등 교육의 적립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뼈아프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와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 투자와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임에도 우리 대학은 초·중등 교육보다 적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대학으로 갈수록 1인당 평균 공교육비가 증가하는데 유독 우리나라 대학은 초·중등 교육에 비해 적은 비정상적인 구조다.

대학의 재정난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충원 문제, 14년째 동결된 등록금 문제, 자율적인 인원 감축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문제까지 대학의 재정난을 가속화하는 요인들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글로벌한 대학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교육의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점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교비회계 수입 중 등록금 수입이 56.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반값 등록금 기조가 유지되면서 14년째 등록금 동결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사립대학의 재정 부실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스스로 투자를 늘리고 우수 교원 확보와 탁월한 연구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을 현실화할 시점이다. 현실화의 원칙은 분명하다. 이치에 맞게, 누구든 수긍할 수 있게 배분하면 될 일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인 국세 교육세 등을 주요 세입원으로 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국가 인재 양성 차원에서 유·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체계적이고 균형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등을 통해 교육재정을 개편해 나가려는 노력은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이제 교육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의 합리적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즉시 실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