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밖에도 구원있다"…종교다원주의 故변선환 '종교재판' 30년

이단 논란 끝 1992년 출교…31일 학술대회서 당시 사건·신학세계 조명
이웃 종교와 대화 등 개방적인 신학을 지향했던 변선환 박사(1927∼1995)가 감리교회에서 이단으로 몰려 종교재판 끝에 교회 밖으로 쫓겨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감신대 총장을 지낸 변선환 박사는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소위 종교다원주의라는 신학적 입장을 견지했으나, 감리교 내 일부 세력들은 그를 이단으로 몰았고, 결국 교회 재판에서 출교 조치로 이어졌다.

출교는 신도의 자격을 박탈해 내쫓는 조치로,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이다.

당시 그를 향한 이단성 판단, 출교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갈등이 컸다. 출교를 강하게 요구했던 세력은 변선환 박사를 향해 '적그리스도', '사탄'이라는 막말을 퍼부은 반면 그의 출교를 반대했던 쪽에서는 이단성 판단과 관련한 신학적 논의의 부재, 징계절차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논란 속에 변선환 박사는 1992년 학교에서 은퇴했고, 같은 해 그의 출교가 교단 총회에서 확정됐다.

감리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학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인생 마지막을 학문에 집중했다. 출교 이후 3년만인 1995년 '한국과 일본의 근대화 종교'라는 제목의 글쓰기를 하다가 책상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오는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종교재판 30년, 교회권력에게 묻다'를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변선환 박사의 신학 세계를 짚어보고, 당시 왜 출교라는 가혹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돌아본다.

송순재 감신대 은퇴교수가 '사랑과 열정, 변선환의 신학여정'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같은 대학 이정배 은퇴교수가 '죽어야 사는 기독교·타자부정에서 자기부정으로'를 주제로 당시 교단의 출교 조치에 문제를 제기한다. 두 사람 모두 변선학 박사에게서 신학을 공부했던 제자들이다.

이정배 교수는 19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연 간담회에서 "기독교는 자기가 죽어야 사는 종교인데, 그동안 타자를 죽여왔다"면서 "기독교가 이제는 시대와 세상, 가난한 자들, 이웃 종교를 위해 '우리가 죽겠다'고 선언을 하자는 바람"이라고 발제 취지를 설명했다.

발제에 이어 한국 종교, 교회의 방향을 전망해보는 토론 순서가 마련된다.

학술대회는 고인의 신학을 후학들에게 전해온 '변선환 아키브'가 주최하고, 개신교계 30여 개 단체가 공동 주관한다.

기독교 성경에 관한 다양한 저서를 내온 도올 김용옥 선생이 격려사를 한다. '변선환 아키브' 등 단체들은 이번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변선환 박사의 생애와 신학을 담은 평전과 종교재판 30년 사건을 기록한 백서 등도 펴낼 계획이다.

/연합뉴스